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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남도의 유상급식 회귀…'독인가 약인가'

[취재파일] 경남도의 유상급식 회귀…'독인가 약인가'
● 경남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상급식 전환 
 
어제(1일)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도 관내 초, 중, 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유상급식으로 전환됐습니다. 경남도와 일선 시군에서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는 나아가 이 예산으로 독자적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최저생계비의 250% 이하 서민 자녀의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 한 명 당 연간 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교육복지 카드를 제공하는 겁니다. 도의회에서는 아예 조례안을 통과시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사업으로 명문화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무상급식을 선별급식으로 바꾸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선보인 겁니다.
 
● 학부모 부담 커져…2인 자녀 둔 가정 월 10만 원 안팎 급식비 내야
[취재파일] 송성준
경남도의 선별급식으로 그동안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던 756개 학교 28만 5천여 명 가운데 21만 8천여 명의 학생이 급식비를 내고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당장 학부모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초, 중, 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 한 명 당 4만 원에서 7만 원 안팎의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대다수 가정이 자녀 두 명을 두고 있어 빠듯한 살림에 10만 원 안팎의 급식비 부담이 추가된 겁니다.
 
● 도시 보다 농촌지역 학부모 급식비 부담이 50% 안팎 더 높아 
[취재파일] 송성준
[취재파일] 송성준
더 큰 문제는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지역 학교 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지역 학교의 급식비 단가가 더 높다는 겁니다. 이유는 도시지역 학교의 학생 수는 적어도 5, 6백 명에서 많게는 1천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군 단위 농촌 지역 학교는 학생 수가 50명이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일례로 경남 창원의 용호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천 명이 넘습니다.

이 학교의 급식비는 우유비를 포함해 한 끼에 1천910원. 한 달에 4만 원 안팎을 부담합니다. 학생 수가 6백 명이 넘는 창원 신방초등학교의 경우 1천980원입니다. 하지만 학생 수가 26명에 불과한 거창의 주상초등학교의 경우 3천180원이 책정돼 한 달 급식비가 6만 3천600원입니다. 도시 학교보다 50% 이상 더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유상급식에 따른 부담을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주민들이 더 져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겁니다.
 
● 친환경 식자재 공급 농가도 타격 
[취재파일] 송성준
문제는 또 있습니다.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민들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합천군의 경우 친환경 학교급식 직거래 사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 7천127만여 원이던 것이 올 3월에는 1천40만 원으로 무려 6천 여만 원이 감소했습니다. 감소율이 85%에 달합니다. 함안군의 경우 지닌 해 3월 7천390여 만 원의 매출액이 올 3월에는 4천290여 만 원으로 전년 대비 42%가 줄었습니다.

합천친환경영농조합법인 정미영 사무국장은 “무상급식 지원 중단 이후 3월 현재 25개 학교 가운데 20개 학교가 계약을 포기했다”“급식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지만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학교 측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합천 군내 학교들은 일반 업체와 학교 급식용 식자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의 소득이 급감할 수밖에 없어 농민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커지는 반발…학부모 이어 교사와 농민도 동참
[취재파일] 송성준
학부모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지사의 독단에 의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에서만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며 홍 지사는 물론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에 찬성한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 소환과 경남지역 국회의원의 입장 표명 요구,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투쟁 방안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또 각 자치단체별로 SNS를 통해 조직적인 반대 여론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입한 학부모는 만 명이 넘습니다. 일부 농촌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고 자녀 등교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학교 학부모들은 조리 기구를 학교로 가져와 자녀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등 반발의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전교조 소속 교사 1천100여 명도 1일 무상급식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했습니다. 또 150여 학교 일반 교사들은 점심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교사들은 유상급식이 되면 학생들은 ‘가난 입증’의 압박에 시달리고 교사들은 급식비를 미납하는 가정에 납부 독촉을 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급식만큼은 평등한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국농민총연맹 부산경남연맹도 경남도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경남도에 제출했습니다.
 
● 홍 지사, 선별급식 고수…“과도한 부채 때문에 무상급식 어렵다”
[취재파일] 송성준
하지만 경남도는 선별 급식은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홍 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과도한 부채 때문에 선별 급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에 종북 세력이 개입돼 있다”며 반사회적 정치집단으로 규정했습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홍지사와 학부모 교사 농민의 줄다리기는 마주 달려오는 열차 마냥 충돌 일보 직전입니다. 한 치의 타협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홍지사에게 무상급식 갈등은 약일까요? 독일까요? 학교에 밥 먹으러 오는 것 아니라는 홍지사와 급식도 교육 평등의 일부라는 학부모, 교사의 현식 인식 차이는 넓고도 깊습니다.
 
● “무상급식 맞나요? 재원이 세금인데요”
 
끝으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부모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 할 필요가 있는가?”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상급식 재원은 국민 세금입니다. 소득이 많은 부모는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낸 세금만큼 고소득층 자녀도 복지 혜택 일부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적어도 아이들 무상급식 만큼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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