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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취재파일] 만신창이 된 이 달의 스승

[오디오 취재파일] 만신창이 된 이 달의 스승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5.03.30 15: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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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디오 취재파일 김성준입니다.

지난 2013년 SBS 8시 뉴스는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리포트 하나를 방송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야스쿠니 신사가 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그게 무슨 신사 숙녀 얘긴가요?”라고 되묻는 인터뷰가 들어 있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의사 선생님인줄 아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들어보시죠.
 
▶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 '야스쿠니 신사'가 젠틀맨?…답답한 역사 교육 (2013.4.28.)
 
이 보도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이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를 개탄했습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교육부가 실수를 한 겁니다. 선생님들 사기를 높이자고 매달 이달의 스승을 선정해서 기리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선정된 분들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에 친일 행적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꼼꼼하게 살펴봤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인데 교육부의 일처리가 졸속이었습니다. 하마터면 일제를 찬양하고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옹호하는 말을 한 사람도 우리 역사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뻔했습니다.
 
이용식 기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취재파일] 만신창이 된 '이달의 스승'…졸속 선정 후폭풍
 
2차 대전 이후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은 가혹했습니다.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처단해서 그 수가 적게는 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언론과 학자, 교육자 같은 지식인에 대한 징벌의 잣대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엄했습니다. 남에게 지식과 생각을 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반인보다 더 강하게 저항했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저항이 두려우면 적어도 침묵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냐는 겁니다.
 
나치 점령 기간도 짧고 승패의 시소타기가 이어지던 2차 대전 당시의 프랑스와 일제 36년의 우리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될 때 태어나 36살이 돼서 열 살 넘은 아이를 둔 가장이 될 때까지 흔들림 없는 일본의 지배를 받고 살아온 조선인이라면 저항의 날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일제를 찬양했다는 낙인이 찍힌 지식인 상당수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 보다는 체념과 차라리 일본을 도와주고 우리 민족이 안전하게 살 방법을 궁리해 보자는 현실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일제 강점의 본질과 그 결과를 제대로 가르치기도 전에 그 분들의 현실론을 먼저 말할 수는 없습니다. 희망의 불빛이 다 꺼져 가던 그 순간에도 목숨을 내놓고 항일 투쟁을 벌였던 분들이 수없이 많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명백한 친일 행적을 가진 사람을 다른 것도 아니고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다는 건 블랙 코미딥니다. 선정과정에서 벌어진 문제가 교육부가 갖고 있는 역사인식의 본질을 반영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갖고 있는 역사인식의 안이함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SBS 오디오 취재파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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