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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이어온 '지하철 공부방' 폐쇄 위기

<앵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안에 서울 메트로 직원들이 정성을 모아서 운영해 오던 지하철 공부방이 있었는데, 이게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15년 동안이나 잘 운영돼 왔는데 갑자기 그렇게 된 이유를 들어 봤더니 아쉽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그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은정 초등학교는 서울 메트로 신정 차량 기지와 아주 가깝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사정을 알게 된 차량기지 직원들이 15년 전, 한푼 두푼 정성을 모았습니다.

당시 은정 초등학교 측의 배려로 학교 안에 작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에 필요한 돈은 1년에 약 6천만 원.

자원 봉사자들의 성금 등으로 충당합니다.

이렇게 운영되는 곳이 은정 지역 아동센터, 이곳 사람들은 '지하철 공부방'이라고 부릅니다.

[임윤화/신정차량기지 지역아동센터 후원위원 :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구내식당에서 밥을 주다가 공부까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공부방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공부방에서는 점심과 저녁밥을 주고, 공부는 물론 합창과 서예 등을 다양하게 가르쳐 줍니다.

매년 10-20명이 이 곳을 거쳐 갑니다.

[공부방 학생 : 여기는 밥도 주고 '돌봄 교실'에서는 봐주기만 하고 별걸 안 하잖아요. 그래서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교장이 지난해 공부방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 있는 공부방은 미허가 시설이고, 미허가 시설이 학교 공간을 무단 점유하는 것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예산을 대는 '돌봄교실'로 아이들을 옮겨 가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하철 공부방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이의영/은정 지역 아동센터 자원봉사 교사 : 벌써 15년째 내려오는 거에요. 역대 교장선생님들 다 열심히 칭찬해주시고. 이건 좀 지나친게 아닌가.]  

서울시 교육청은 공부방 폐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공부방이 돌봄 교실까지 관리하는 안을 오늘(27일) 학교 측에 제안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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