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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무성 대표의 '사드(THAAD) 변심'이 혼란스러운 이유

[취재파일] 김무성 대표의 '사드(THAAD) 변심'이 혼란스러운 이유
● 청춘무대에서 튀어나온 문제의 '북핵 발언'

김무성 대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지역 민심을 달래고, 현장 맞춤형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소통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제(24일) 부산 해양대학교 행사도 김무성 대표의 별명인 무대(무성 대장)를 따서 '청춘 무대 김무성 토크쇼'라고 이름 붙이고 젊은이들을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지만, 질문이 나오는 대로 자신의 개인사는 물론이고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습니다.

북핵 관련한 문제의 발언은 요즘 한창 논란이 일고 있는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작됐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받고 거침없이 답변을 내놨는데, 기자들이 듣기에도 다소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 "문제 발언이라 하겠지만, 북한은 핵보유국"…"사드 갖추는 건 기본상식"

김무성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를 핵폭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특히 이동이 가능한 잠수함에서 쏘면 제일 무섭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을 하면 문제 발언이라 하겠지만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봐야한다"고 거침없이 생각을 말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 번 내지 세 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겁니다.

툭하면 핵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 핵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다면 고고도로 날아올 텐데, 최대 150km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인 사드를 갖춰야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외교부, 국방부 "북한은 핵보유국 아니다"

부산 강연에서 나온 발언이라 국회 기자실에 다소 시차를 두고 알려졌는데, 국회는 물론 국방부, 외교부 기자들까지 바빠졌습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어서 여당 대표가 이렇게 치고 나가는 건지 확인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북한은 NPT 규정에 의거해 어떠한 경우에도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국방부도 북한이 탄두 소형화에 상당한 수준에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핵보유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정부에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김무성 대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게 아니라 간주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단어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취지인데, 확신의 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정과 간주라는 어휘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떤 의미이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본다면, 현재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우선 북핵 저지를 위해 오랫동안 전개된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핵무기라는 절대무기를 갖게 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보 개념을 바꿔야하고, 앞으로 북한과는 핵 감축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이런 복잡한 상황을 다 감안하고 발언했다기보다는 우리 안보 태세를 정비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사드 문제, 건드리면 커진다더니

김 대표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인정이 아니라 간주로 표현하겠습니다.)하는 모험을 하더라도 사드 도입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17일만해도 기자들에게 김무성 대표는 사드 한반도 배치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드 문제는 건드리면 커진다며 그냥 놔둬야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사드에 대해서 의원들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의총을 통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사드 공론화가 내심 못마땅한 눈치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드 캡쳐_640

● "예산 투입해 사드배치"…확신에 찬 유승민 원내대표

새누리당에서 진행되는 사드 논란은 다분히 유승민 원내대표로 주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3일, 원내대표가 되기 전 대정부 질문을 통해 사드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막연히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주한 미군이 사드를 도입하면 좋지만, 우리 예산으로는 안한다는 취지로 답변하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하면서 "사드를 조속히 도입해야하고, 우리 예산으로 3개 포대를 배치해야한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우리 외교가 설득해야한다"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 유 원내대표는 적어도 오래 전부터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론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리 어색해보이지 않습니다.

● 김무성 대표의 변심…사드 의총 결론은?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사드를 도입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게 어딘가 좀 어색하고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새누리당 대표가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지만, 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 사드가 중국의 반대를 뚫고 추진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청와대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반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중국에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적어도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모호함을 유지하려던 생각이었던 걸로 보이지만, 이제는 변심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김 대표 측근들은 최근 이 분야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고 생각을 정리한 것 같다는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왜 극적으로 변심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4월 1일, 새누리당은 사드 문제에 대한 정책 의원총회를 개최합니다. 사드 문제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물론 김무성 대표까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주제가 돼 버렸습니다.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청와대, 중국와 미국의 상반된 입장, 그리고 내년 선거를 앞둔 이해관계라는 복잡한 변수를 두고 여당 의원들은 사드에 대해서 어떻게 의견을 모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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