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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날, 구자철은 지동원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분데스리가 코리안더비, 하프타임 뒷이야기

[취재파일] 그날, 구자철은 지동원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독일 분데스리가의 '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15일, 아우크스부르크와 마인츠 경기에서 조금 '특별한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습니다. 전반전을 마친 하프타임, 마인츠에서 뛰는 구자철 선수가 지동원 선수와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 나오며 무언가를 열심히 얘기하는 장면이었죠. 두 한국인 분데스리거의 '우애 돋는' 모습에 현지 중계 카메라도 몇 초간 두 사람을 주목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꽤나 '흐뭇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열흘 남짓 시간이 흘러 직접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두 차례 평가전을 위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한 구자철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기자 역시 잠 안자고 경기를 지켜본 '반'(半) 시청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구자철의 답변입니다.

"수비적으로 치중하지 말고, 공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후반전이 남아있지만 동원이가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그날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구자철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예상치 않은 팀 동료의 부상으로 전반 21분 교체 투입됐습니다. 약 20분 가량 벤치에서 지동원 선수의 플레이를 바라볼 수 있던 셈입니다.

"벤치에서 시작해서 동원이 플레이에 대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상대편(마인츠) 선수들이 동원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싶었고.. 그런데 아쉽게도 (동원이가) 후반전에 안 보여서. (웃음)"

아쉽게도 구자철의 '원포인트 레슨'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전반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지동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습니다. 다행히 구자철은 펄펄 날아 체면을 살렸습니다. 후반 44분, 무려 6개월 20일만에 리그 2호골을 기록했습니다. 벤치에서 지켜봤을 지동원 선수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2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2년 전 지동원의 현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먼 타지에서 서로 의지하고 힘이 돼주면서 선수생활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기도 한 두 사람이라, 얼마나 각별했을지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지동원은 오랜만에 구자철과 같이 대표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그저 "즐겁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위 에피소드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 주장 완장을 찼던 구자철의 책임감과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완장을 내려놓았지만, 구자철은 언제나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늘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줍니다. (인터뷰도 잘합니다) 하루하루 치열한 주전 경쟁이 우선인 프로 무대에서 대표팀 후배를 챙기는 모습은 참 구자철다웠습니다.
[취재파일] 강청완

지난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나온 한 장의 사진은 국내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과 상대팀인 토트넘 수비수 이영표가 손을 맞잡는 장면입니다. 영국 사진기자 스코트 헤비(Scoot Heavey) 씨가 찍은 이 사진은 두 사람이 그라운드를 떠난 지금도 국내 팬들에게는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2006년 박지성과 이영표가 있었다면 2015년 독일에는 구자철과 지동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훈훈한 장면, 두고두고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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