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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니코틴 중독 사망까지…전자담배 규제 논의 본격화

니코틴 원액 분리 판매 금지-니코틴 함량 규제 법안 발의

[취재파일] 니코틴 중독 사망까지…전자담배 규제 논의 본격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소형 법의관 팀은 지난해 12월 법의학회지에 눈에 띄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50대 남성이 니코틴 중독으로 숨진 희귀 사례에 대한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56세의 남성 A씨가 사무실에서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외상이나 침입 흔적은 없었다. 다만 A씨의 컴퓨터를 분석했더니 여러 독극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기록이 확인됐다. 부검 결과 A씨의 혈액에서는 158mg/L의 니코틴 성분이 검출됐다. (성인 남성 치사량 40~60mg)"

연구팀은 A씨가 니코틴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국내에서도 전자담배 판매점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니코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니코틴 중독으로 숨진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은 니코틴 중독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에서도 한살배기 영아가 니코틴 용액을 실수로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실제 국내 전자담배 판매점에선 니코틴 원액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해외 직구를 통해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최근에는 해외직구로 니코틴 원액을 사들여 전자담배용 액상을 무허가 제조한 10대들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전자담배 사용자가 늘면서, 액상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이른바 '자작(자체제작)' 인구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전자담배 레시피'라는 액상 제조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이런 니코틴 원액 유통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안이 2건 발의됐거나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은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액상을 니코틴 원액과 향액으로 분리해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보통 전자담배는 판매점에서 니코틴 원액과 향액을 각각 산 뒤 일정비율로 혼합해 전자담배에 넣어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유통 방식이라면 누구나 니코틴 원액을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혼합된 액상 형태로만 팔 수 있도록 규제하겠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이 발의를 앞두고 있는 법안은 한발 더 나아가 혼합 의무 뿐만 아니라 혼합액의 니코틴 함량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니코틴 용액 1밀리리터 당 니코틴 함량이 20밀리그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입니다.

두 의원 모두 법안 발의 취지로 니코틴 오남용으로 인한 유해성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액상 혼합 판매가 의무화할 경우 전자담배 액상 가격이 크게 오르고, 전자담배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에 붙는 세금이 크게 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전자담배 니코틴에 붙는 세금은 '니코틴 1밀리리터'당 1799원입니다. 담배소비세 628원, 지방교육세 276원, 건강증진부담금 525원, 개별소비세 370원이 붙습니다.
그래픽_니코틴액

업자가 만약 니코틴 1밀리리터와 액상 19밀리리터를 섞어 니코틴 혼합액 20밀리리터를 판다면 여기에 붙는 세금은 35980원(1799원x20)이 됩니다. 하지만 기존 판매방식대로라면 향액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 니코틴 원액 1밀리리터에만 세금이 붙기 때문에 1799원만 내면 됩니다. 혼합 판매가 의무화되면 세금이 1799원에서 35980원으로 크게 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방식의 분리 판매 방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을 줄여내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볼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이 문제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법안 발의에 나선 의원들도 전자담배 업체들의 니코틴 원액 분리 판매 행태가 과세 축소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담뱃세 인상 논의도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대명제로 시작했지만, 결국 소비자와 국민에겐 증세 문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니코틴 오남용 문제가 속속 현실화하면서 전자담배의 니코틴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양상인데, 유해성 우려를 줄이면서 증세 문제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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