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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대장균 나와도 합격…HACCP도 구멍

<앵커>

식중독균 웨하스, 대장균 시리얼, 잊을 만하면 이런 식품 안전사고들이 터져 나와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데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품회사들이 만든 제품을, 식약처가 지정한 전문 검사기관들이 품질 검사를 하고 있는데요. 이 검사기관들이 검사도 하지 않고 합격 판정을 내리거나 시험 성적을 위조하다가 적발됐습니다.

기동취재,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쉴 새 없이 식재료를 만들어 내는 식품 공장, 믿고 먹어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인증한 식품검사기관에 품질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납과 같은 중금속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는 거였는데, 결과는 '합격', '팔아도 된다'라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는 제품을 뜯어보지도 않고 나온 허위였습니다.

[식재료 제조업체 관계자 : "(식품 검사를) 여기서 해라, 식약처에서 보증을 해주겠다" 해 가지고 의뢰를 한 거죠. 우리는 신용인데, 나라를 믿고 식약처를 믿고 갔다가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거예요.]  

이 작은 빵 공장도 마찬가지로 방부제 검사를 의뢰했지만, 검사 기관은 검사를 하지도 않고 합격통보를 했습니다.

식약처가 인증한 국가 공인 식품 검사 기관 74곳 가운데 10곳이 지난 3년간 8만3천 건의 식품검사결과를 이렇게 조작해왔습니다.

이런 허위 검사를 받은 제품 2천400개가 실제로 시중에서 팔렸습니다.

[이홍락/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 안전성 검사가 필요한 2천400여 개 식품을 재검사해, 기준을 위반한 28개 식품을 전량회수 조치하였습니다.]  

식품업체와 검사기관 사이에 설정된 그릇된 '갑을' 관계가 문제였습니다.

지난 1년간 무려 1만 건이 넘는 시험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기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공단 한가운데 위치한 이 검사업체, 한 해 수만 건씩 밀려드는 식품검사를 감당하기에는 허술해 보입니다.

[검사업체 관계자 : (SBS에서 나왔는데요.) 영업 안 하고 있어요. 모르겠어요.]  

식약처 인증을 받은 국가공인 검사업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이처럼 영세한 민간업체, 이런 곳이 수십 군데씩 난립해서 식품회사 유치 경쟁을 펼치다 보니까, 식품회사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식으로 영업까지 한다는 겁니다.

[빵 제조업체 관계자 : 그 사람들(검사업체 직원)이 와서 자꾸 (자기네 한테) 검사의뢰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죠. (영업) 전화도 오고 막 와. (시험 검체를) 직접 와서 가져가서, (예전엔) 우리가 가져다줬었는데, 와서 가져가면 우리는 편하니까.]  

엄정해야 할 식품 검사 기관이 오히려 식품업체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는 식품이 나온다고 해도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겁니다.

[김태민/변호사 : (검사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영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허위 성적서 발급이 만연해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식품안전체계 전반의 구멍이 드러났다고 지적합니다.

여기 이런 초코칩 쿠키를 만드는 식품회사가 있다라고 했을 때, 이 식품회사의 공장에는 쿠키를 만드는 공정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쿠키의 원재료인 밀가루와 카카오 같은 재료를 보관하고 살균하고, 굽고, 포장해서 이런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그런 공정입니다.

이 식품업체는 이 공정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매 단계마다 나오는 결과물을 그때그때 이런 식품검사기관에 맡겨서 검사를 받게 되고 여기서 적합 판정이 날 경우에 그만큼 이 공정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라는 뜻이 되겠죠.

식약처도 그런 결과를 참고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라고 판단될 때 이렇게 HACCP인증을 내주게 됩니다.

식품 제조 과정에 있어서 위해요소를 우수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의 HACCP인증, 식약처가 직접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인증을 해주는 건데, 그 근거가 되는 시험결과 자체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HACCP인증 제도 자체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승태, 영상편집 : 우기정,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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