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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퍼루키 김효주 "긴장감 보다는 오기로 쳤어요"

[취재파일] 슈퍼루키 김효주 "긴장감 보다는 오기로 쳤어요"
[상황1]

미국 LPGA투어 파운더스컵 최종라운드가 펼쳐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  10번홀(파4).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김효주의 탸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나무 바로 밑에 떨어졌습니다. 이 나무 위에는 벌집이 있었고 몇 마리의 벌들이 나무 주변을 날아다녔습니다. 벌에 쏘여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김효주로서는 위험한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날려야 하는 상황. 이 때 현장에 있던 한 갤러리가 김효주에게 이렇게 귀띔을 해줍니다.

"앞서 다른 선수가 이 자리에서 무벌타로 구제를 받고 다른 자리로 옮겨서 쳤다. 경기 위원을 불러 물어봐라."

김효주는 곧바로 캐디와 함께 경기 위원에게 공의 위치를 보여주고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위원은 "벌집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나무를 건드리지 않고도 충분히 공을 칠 수 있다"며 구제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위원과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지체한 김효주는 '벌집 나무' 밑에서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샷을 날렸고, 결국 '3온 2퍼트'로 보기를 범해 같은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1타 차로 쫓기게 됐습니다. 보통의 선수라면 이후 평상심을 잃고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효주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1번, 12번, 1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집중력을 보여주며 루이스의 추격을 따돌렸습니다.
 
"루이스가 계속 쫓아왔지만 전혀 긴장되거나 압박감 같은 건 없었어요. 나무 밑에서 구제받지 못한 뒤로 오히려 더 잘 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황 2]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는 '강심장' 김효주의 진가가 또 한번 드러났습니다. 루이스에게 다시 1타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끼기는 커녕 오히려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아직 만 스무살도 안된 10대 소녀의 기세에 눌려 10살이나 더 많은 베테랑 루이스는 이 홀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김효주는 지난해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도 호주의 베테랑 카리 웹에게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역전 KO펀치를 날리며 극적으로 LPGA 첫 승을 신고해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LPGA 통산 41승에 빛나는 명예의 전당 멤버 카리 웹도 '틴 에이저'의 겁없는 질주를 막지 못했던 겁니다.

LPGA 통산 2승째를 기록한 김효주는 세계랭킹도 4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김효주의 KLPGA 승수는 통산 7승입니다)

리디아 고(1위)와 박인비(2위), 스테이시 루이스(3위), 김효주. 여자골프는 이렇게 4강 구도를 형성하며 이제부터는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김효주는 우승 후 기자와 통화에서 "세 번째 대회만에 너무 일찍 우승을 해서 얼떨떨하다"면서 "올시즌 목표는 몇승, 신인왕 이런 게 아니고 시즌이 끝났을 때 몇 대회 더 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정도로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체력만 받쳐주면 언제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우승과 신인왕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직 영어 인터뷰가 불편하냐고 묻자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제 입과 귀가 언제 트일지 저도 몰라요. 언니들과 열심히 영어로 수다 떨다 보면 곧 말문이 열리겠죠, 뭐."

김효주는 곧바로 다음 대회 장소까지 자동차로 7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면서도 목소리는 여전히 즐거운 소풍 떠나는 소녀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김효주는 이번 주 기아클래식, 다음 주엔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 출전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4월 9일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개막하는 KLPGA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참가해 오랜만에 국내 팬들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골프 팬들은 설레임 속에 2015 KLPGA투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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