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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낚시 쓰레기에 꺾인 고니의 꿈

두 차례 구조뒤 방사…또 다시 부상

[취재파일] 낚시 쓰레기에 꺾인 고니의 꿈
지난 16일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 잠홍저수지에서 큰 고니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고니는 보통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홀로 떨어져 있는 것부터 수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 다가가도 놀라 달아나지 못하고, 비실거릴 뿐이었습니다. 손쉽게 붙잡고 보니 수상쩍은 의문이 바로 풀렸습니다. 긴 부리 한쪽에 낚싯줄이 엉켜있었습니다. 부리를 벌려보니 질기고도 질긴 낚싯줄이 고니의 혀를 감아 강하게 압박을 했고, 식도에서도 낚싯줄이 발견됐습니다. 

큰 고니가 비실거린 이유는 바로 낚싯줄에 혀가 감겨 먹이를 먹지 못해 기운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저수지에서 먹이를 먹다가 쓰다 버린 낚싯줄을 삼키는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고니를  응급처치한 수의사는 낚싯줄이 혀를 강하게 조여서 하마터면 혀가 절단될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다행히 고니는 낚싯줄을 제거한 뒤 먹이도 먹고, 치료와 함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큰 고니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세 번째나 구조되는 신세라니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큰 고니가 처음 구조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 1일 충남 아산 인주면 지역에서입니다. 어미와 함께 월동을 하러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낙오돼 비행이 불가능할 만큼 힘이 빠진 1년생 어린 고니였습니다. 보호를 받으며 영양을 보충한 고니는 구조된 지 19일 만에 다리에 인식표를 달고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3주 뒤 충남 보령시 성주면에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채 발견됐습니다. 일주일간 수액과 항생제, 영양제를 맞고 스스로 먹이조차 못 먹어 두 달간은 부리를 벌려 먹이를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지극한 보살핌 속에 기력을 회복한 고니는 지난 2월까지 서산 버드랜드 물새장에서 야생으로 돌아갈 날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23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고니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GPS(위성항법장치)를 등에 달아 서산 간월호 상류에서 자연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사람 손을 떠난 큰 고니는 도움에 보답이라도 하듯 힘찬 날개짓을 하며 비행을 했고, 점차 시야에서 사라져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위성추적장치를 통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야생으로 돌아간지 18일쯤부터 이상하게 큰 고니의 움직임이 별로 없고, 먼 거리 이동이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위치추적 장치에서 보내온 신호를 따라가 보니 물이 빠진 저수지 수초에서 비실거리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야생으로 돌아간 뒤 고니떼에 합류해 놀기도 하며 자연에 잘 적응하며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큰 고니는 저수지에 함부로 버려진 낚싯줄에 생명을 잃을뻔한 것입니다. 2년 만에 먼 고향으로  떠나려던 고니의 꿈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큰 고니가 부상을 입고 발견된 저수지에는 낚싯줄이 곳곳에 널려있어 말그대로 지뢰밭이나 다름없을 정도였습니다. 농업용수로 쓰는 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를 하고 있는데, 낚시행위가 금지된 곳이지만 저수지에는 여전히 낚시꾼들이 낚싯줄을 던져놓고 즐기고 있습니다. 낚시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낚시 쓰레기는 고니뿐 아니라 저어새에게도 큰 위협이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 서해안에서 배에 낚싯바늘이 꽂히고, 다리에 낚싯줄이 감겨 크게 다친 저어새가 발견됐고, 2010년 8월에는 역시 서해안에서 납추를 목에 걸고있는 저어새가 구조됐는데 끔찍하게도 목에 낚싯바늘이 꽂혀 있었습니다. 부리 모양이 주걱처럼 생긴 저어새는 얕은물을 걸어다니며 부리로 물속을 휘저으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물속에 방치된 낚시 쓰레기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물새네트워크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정부가 해양쓰레기 피해 실태조사, 낚시 쓰레기 방지 교육 및 홍보, 낚시통제구역 지정, 쓰레기 투기 단속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낚시꾼들에게는 구조물이 많아 납추나 낚싯줄 등이 잘 떨어질 우려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하지 말 것과 낚시 쓰레기를 되가져올 것 등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낚싯줄에 걸린 새를 발견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낚싯줄을 당겨 새를 가까이 건져낸 뒤 놀라 발버둥치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려주라고 조언합니다. 그 뒤 지자체 환경과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을 해달라고 대처요령을 안내했습니다. 세 번째 구조돼 보호를 받고 있는 큰 고니는 과연 언제쯤 시베리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몰염치한 사람들의 환경훼손 행위로 제2, 제3의 큰 고니가 나오지 않도록 이번에 구조된 큰고니의 시련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합니다.  


▶ 환경 훼손 때문에…큰고니 '세 번째 구조'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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