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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르드반군 지도자 "무장투쟁 끝내자" 촉구

부총리 "평화 협상 위원회 발족할 것"…반대한 대통령 비판

터키의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이 21일(현지시간) 옥중 서한을 통해 무장 투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터키 언론들은 이날 동부 도시 디야르바크르에서 열린 '네브루즈' 축제에서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페르빈 불단 원내대표가 이런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외잘란은 쿠르드어와 터키어로 각각 작성한 2쪽짜리 서한에서 "우리는 PKK가 터키공화국을 대상으로 벌인 무장 투쟁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채택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외잘란은 "쿠르드족의 새 시대는 터키공화국 안에서 자유와 평등, 헌법적 시민권 등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터키 정부가 쿠르드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이스탄불 남부 임라르섬의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복역 중인 외잘란을 면회하고 이 서한을 전달받았다.

터키 쿠르드족의 수도 격인 디야르바크르에서 열린 이 축제에는 외잘란의 서한을 들으려는 쿠르드족 수천명이 모였다.

터키 정부도 외잘란의 서한이 발표된 직후 쿠르드 평화안 이행을 점검할 위원회를 예정대로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구성은 지금까지 이행한 평화안 협상의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라며 5~6명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위원회가 필요 없다며 반대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이것이 싫다'거나 '이런저런 것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그의 감정 표현"이라며 "책임은 정부에 있고, 정부는 그의 발언을 사견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현행 헌법상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내각책임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정에 관여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아른츠 부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인물로 종종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대통령이 정부 정책에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인민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얄츤 아크도안 부총리 등 정부 대표단과 회의를 마치고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외잘란의 옥중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스르르 슈레이야 왼데르 의원은 외잘란이 PKK에 터키에서 무장해제를 결정하는 총회를 개최하도록 요구했다며 "이는 무장투쟁을 민주적 투쟁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외잘란은 터키 인구의 20% 수준인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위해 1978년 PKK 설립을 주도했다.

PKK는 1984년 무장항쟁을 시작해 지금까지 4만5천여명이 숨졌으며 PKK는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테러 집단으로 지정됐다.

외잘란은 1999년 2월 케냐 나이로비주재 그리스대사관에 머물다가 체포돼 터키로 이송됐다.

이후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형제가 폐지됨에 따라 종신형을 복역 중이다.

외잘란은 2013년 네브루즈 축제 때는 정부와 평화협상에 합의해 30년 만에 휴전을 선언했으나, PKK는 정부가 평화안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같은 해 9월 터키에서 철수를 중단한 이후 교착상태를 보였다.

네브루즈는 쿠르드 지역에서 새해의 봄을 뜻하는 명절이며, 자체 태양력인 이란력을 사용하는 이란에서는 이 새해 명절을 '누루즈'라고 부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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