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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관의 저승사자' 하창우의 거침없는 하이킥

[취재파일] '전관의 저승사자' 하창우의 거침없는 하이킥
'전관예우'라는 고질적인 법조계 적폐와 전쟁을 하겠다는 하창우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일성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전관과의 전쟁 1탄의 타겟은 차한성 전 대법관이었습니다. 차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신고를 하자 대한변협이 신고를 철회해 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차 전 대법관이 뜻을 굽히지 않자 이번에는 대한변협 명의로 성명서를 냈습니다. 대한변협이 별도의 결격사유가 없는 대법관 출신을 겨냥해 변호사 개업에 반대한 건 초유의 일입니다.

하 회장은 차 전 대법관을 직접 찾아가 철회를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익 소송만 수임하면 개업 신고를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차 전 대법관이 상고사건도 일부 맡겠다고 해 철회 권고 성명까지 낸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에서 “대법관 퇴임자는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할 것이 아니라 최고 법관 출신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고 법관으로 재직하다가 퇴임해 변호사 개업으로 돈을 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사실상 전관예우라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내비쳤습니다.

일반 회사로 따진다면 법원을 기준으로 대법관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들과 검찰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장 출신들은 사장 또는 고위임원쯤 될 겁니다. 공직에서는 차관급 고위공무원으로 예우를 받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출신의 경우 상고사건에 의견서 하나 첨부해주는데 '억'단위의 돈을 받는다, 검사장 출신들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사건을 수임하는 순간 1~2억 원, 불구속으로 처리해주면 성공보수 명목으로 또 수억원의 돈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상고심까지 올라간 사건들의 경우 대법관이 사건을 거의 독점하다 시피 하면서 거액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사건을 담당한다기 보다는 다른 변호사들에게 명의만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돈을 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과 함께 변호사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는데다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서초동 변호사들도 고액연봉을 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기업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 급여를 받는 변호사들도 수두룩합니다. 과거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시작했고 경찰에 특채되면 일선서 형사과장에 해당하는 '경정'이라는 직급으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젠 옛날 얘깁니다. 억대의 연봉과 비서딸린 고급 관용차를 타는 변호사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선택받은 사람들의 얘깁니다.

법원과 검찰 내부에 수많은 인맥을 이용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건들을 흡입하듯 독점적으로 수임해가는 전관들의 관행에 대다수 변호사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습니다. 다시말하면 과거처럼 전관에 대한 예우라고 용인해줄만큼 법조계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얘깁니다.

하창우 회장은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변협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전관들에겐 눈엣 가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탄은 대법관 출신들의 개업 관행을 막겠다는 수준이었지만 2탄은 전관출신들의 수임비리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임 당시 언급했던 전관비리 신고센터도 조만간 현판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관들의 저승사자를 자처한 대한변협의 하이킥이 어디까지 갈 지 지켜보겠습니다. 

▶ "차한성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 말라" 권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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