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람보르기니 사기는 어떻게 잡혔나?

[취재파일] 람보르기니 사기는 어떻게 잡혔나?
람보르기니와 SM7 운전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쯤 중고 람보르기니를 사들였다. SM7 운전자는 동부화재에 대물보상한도 1억 원짜리 보험을 들어놓았다. 그리고 거제도의 한 거리에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신호 대기 중이던 람보르기니를 SM7이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이다.

인터넷에 SM7 운전자에 대한 동정론이 넘쳐날 때 동부화재 보험사기 조사관은 의문을 품고 조사에 착수했다. 낮 12시 사고였다.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시각이다. 탐문조사를 벌였다. 2시간 정도 사고가 난 지점에서 차량 속도도 체크했다. 그 시간(낮 12시)에는 시속 20~30km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운 도로였다.

고의성을 가지고 추돌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사고가 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SM7은 사고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졌고 보닛도 완전히 찌그러진 상태였다. 결정적으로 SM7이 급정거한 흔적, 스키드마크(타이어 자국)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브레이크 굉음을 들었다는 사람도 없었다.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보험회사가 보상할 수 있는 최고 한도인 1억 원을 미수선 수리비(차량을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추정되는 수리비를 현금으로 받는 것)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러 수상한 정황을 확보한 조사관들에게 당사자들의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고가 인터넷을 통해 주목받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던 두 운전자는 보험사기 조사관의 추궁을 받자 이내 실토했다.

보험사기로 적발되지 않았다면 이들은 보험회사에서 받은 1억 원 중 일부를 가지고 람보르기니를 싸게 수리한 뒤 차액을 챙겼을 것이다. 대충(?) 수리한 차로 또 다른 보험사기를 시도했을 지도 모른다. 이들은 중고차를 싸게 매입한 뒤 ->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짠 사고를 내고 -> 미수선 수리비를 챙기는 보험사기의 전형을 따랐다.

이렇게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주로 미수선 수리비를 활용한다. 거제도 람보르기니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는 미수선 수리비 1억 원을 주고 사고처리를 종결하는 게 훨씬 유리했다. 실제 수리를 했다면 수리비 1억 원에 더해 부품조달 시간까지 약 한 달쯤으로 예상되는 수리기간 동안 렌트비 6천만 원(람보르기니 하루 렌트비 200만 원*30일)까지 지급했을 것이다.

2009년 726억 원이었던 외제차 미수선 수리비는 2013년 2,016억 원으로 늘었다. 5년 새 연평균 2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의 미수선 수리비가 연평균 10.5% 늘어난 것에 비하면 3배 가깝게 빠른 증가율이다. 외제차가 많이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린 것도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어설픈 보험사기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기승을 부리는 외제차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는 커졌다. 내가 낸 보험료가 어떻게 사기범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8뉴스] 잇단 외제차 보험사기…현금 수리비에 낚인다
▶[8뉴스] 안타까운 '람보르기니 사고' 알고보니 보험사기
▶[블랙박스] 살짝 부딪쳤는데 수리비가 8천만 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