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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진 'patient', 어떻게 읽히나?

[취재파일] 사라진 'patient', 어떻게 읽히나?
2003년 8월 美 연준 성명서에 ‘통화정책 완화를 상당기간 (considerable period) 유지’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2004년 1월 성명에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인내심(patient)을 갖는다’라는 표현으로 바뀐다. 2004년 5월 ‘patient(인내심)’라는 단어가 성명서에서 사라졌다. 2004년 6월 미국의 연방기금금리(우리의 기준금리)는 연1%에서 연1.25%로 오른다. ‘patient(인내심)’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바로 다음 달이다.

2014년 3월 美 연준 성명서에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상당기간(considerable period) 제로 금리 유지’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2014년 12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인내심(patient)을 갖는다’라는 표현으로 바뀐다. 2015년 3월 마침내 ‘patient(인내심)’라는 단어가 빠졌다. 대신 ‘노동시장 개선과 아울러 물가가 목표치인 2%에 이른다는 합리적인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들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patient(인내심)’라는 단어가 빠졌으니 2004년의 예에 비춰 보면 당장 다음 달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다만 ‘다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4월)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unlikely)고 안내했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인상이 6월이냐? 9월이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은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게 만들 것이고, 이 경우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위기론도 퍼졌다.

하지만 위와 같은 美 연준의 태도 변화를 해석하는 시각은 다음과 같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투자은행)들은 대체로 미국이 가능한 늦게, 가능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BNP파리바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하향 조정돼  비둘기파적인 성격이 강했다. 달러화 강세의 지속과 성장세 약화, 물가전망치 하락 등이 조기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씨티은행은 ‘인내심(patient) 문구를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 개시가 하반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해석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말 예상 금리수준을 고려할 경우 6월보다 9월에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FOMC 위원들의 경제전망 평가도 비둘기파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논했다.

美 연준 성명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 또 있다. 우선 2015~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economic activity has been expanding at a solid pace(경제활동이 꾸준히 확장돼 왔다)’라는 이전의 표현은 economic growth has moderated somewhat(어느 정도 누그러졌다)‘라는 표현으로 변경됐다. 'export growth has weakened(수출 성장세가 약화됐다)라는 표현도 추가됐다.

국내에서는 이트레이드 증권이 ‘생각보다 비둘기파적(dovish)이다’고 평가했다. 美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KB투자증권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6월보다 9월이 더 유력해졌다”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은 “patient라는 문구가 삭제됐지만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역시 6월보다는 9월로 금리인상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뒀다.

미국의 일부 분석가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은 물거너갔다”는 대담한(?)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금리인상 시점은 향후 언제든 열려 있지만, 그래서 6월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6월보다는 9월, 아니면 그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시각이 국내외에서 우세하다. 미국 증시가 간밤에 1% 이상 상승한 것도 이런 해석의 영향이다. 뒤늦게 발동을 걸고 있는 국내 증시도 안도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즉각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점검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이 6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쩌려고 이 달(3월)에 국내 기준금리를 내렸냐’는 비판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소나마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도 풀이할 수 있겠다.

▶[모닝와이드] 미국 연준 '인내심' 삭제…6월 '금리 인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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