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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 남자가 사는 법…'구두견습공' 출신으로 골프대회 창설에 골프단 창단까지

'골프 전도사'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취재파일] 이 남자가 사는 법…'구두견습공' 출신으로 골프대회 창설에 골프단 창단까지
1978년 봄. 서울 영등포 역 앞 광장.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충남 당진에서 상경한 17살 소년이 무작정 한 구둣방 문을 두드립니다.

"저를 여기서 먹여주시고 재워만 주신다면 시키시는 일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살이 37년 만에 소년은, 연매출 500억원의 중견 제화업체 대표로 자수성가해 언론 인터뷰의 단골 손님이 됐습니다. 국내 컴포트슈즈 업계 1위 '안토니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 이야기입니다.

기자는 김 대표를 지난 해 여름 골프 대회 취재중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김우현이라는 23살의 무명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KPGA 해피니스 송학건설오픈에 이어 보성CC 클래식까지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었는데 그 선수의 아버지가 바로 김원길 대표였습니다.

김 대표는 아들이 첫 우승을 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현이 하고 약속을 했어요. 우승하면 대회 하나 만들어주겠다고. 왜냐?  내가 아들한테 골프를 시켰는데 원망은 듣지 말아야죠. 지금 남자 대회가 너무 없어서 남자 프로들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그로부터 두 달 뒤 김 대표는 아들과 약속을 지켰습니다. 7억 원을 들여 KPGA투어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을 창설한 것입니다.
 
"대회 만들어 놓으니까 좋더라구요. 지나가다 선수들 마주치면 선수들이 저보고 다 '아버지'라고 불러요. 아들 150명이 덤으로 생겼어요.하하(웃음)"

김 대표는 앞으로도 매년 대회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해 첫 대회는 강원도에서 열렸는데 올해 대회는 수도권으로 장소를 옮겨 치를 예정입니다.

"15년 안에 아시아 최고의 명문 대회로 키우는 게 제 꿈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둘째 아들 김우현 프로를 군에 보내 놓고 최근 골프단을 창단해 본격적인 선수들 지원에 나섰습니다.

2014년 동부화재프로미오픈 우승자 이동민과 2011년 KPGA 신인상을 받은 김영수, 변진재 등 남자 3명에 KLPGA 소속의 이성운,신다빈까지 모두 5명의 선수로 팀을 꾸렸습니다. 김 대표는 소속 선수들과 계약하면서 감독 겸 매니저를 자처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력을 향상시켜 투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입니다. 저는 실력이 없는 선수보다 게으른 선수를 제일 싫어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노력해서 더 나아질 수 있지만 게으름은 앞이 안보여요. 답이 없는 거죠. 저는 선수들에게 하루 일과표와 주간 계획표를 직접 짜서 내라고 했어요. 선수들 시간 관리부터 철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김영성 취파

김 대표는 케니브룩에서 영업을 담당하던 28살 대리 시절 처음 골프를 배웠고 지금은 핸디캡 5의 '짠돌이 싱글골퍼'입니다.

"저는 승부욕이 워낙 강해서내기 골프를 치면 거의 잃는 일이 없어요. 하루 지고 오면 다음에 다시 그 상대에게 도전해서 반드시 이기고야 말거든요. 14년 전 40세 때 발안CC에서 3언더파 69타로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죠. 골프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하기 시작하면 아마 3박 4일도 모자랄 겁니다."

김 대표는 소문난 사회사업가이기도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효도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군과 협의해 장병들에게는 해외포상 휴가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매년 1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비로 사용합니다.

"돈은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세계 최고 품질의 구두를 만드는게 1차 목표구요, 그렇게 번 돈을 정말 가치 있는 일에 쓰는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죽기 전 사회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에는 프로볼링단을 창단해 현재 소속 선수가 20명에 이르고 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 아버지가 저에게 두 가지 큰 유산을 물려주셨는데 하나가 부지런한 DNA이고, 또 하나가 제 이름입니다. 으뜸 원(元)에 길할 길(吉). 영어로 하면 Best-Lucky 죠. 부지런히 남이 안간 길을 가다보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되고 운도 따르지 않겠어요? 구두 만드는 기술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골프단을 만들었으니 또 승부를 봐야죠. 우리 바이네르 골프단 선수 중 우승자가 나오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제 아들 우현이가 군에서 제대하기 전에요. 그래야 아들도 더 분발하지 않겠어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4월 23일 경기도 포천의 몽베르골프장에서 2015시즌을 시작합니다. 개막전은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입니다. 디펜딩 챔피언이 바로 바이네르 골프단의 식구가 된 이동민 프로입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이동민 선수는 이제 든든한 후원사를 등에 업고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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