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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하 40도 극한 자동차 테스트 현장을 가다

[취재파일] 영하 40도 극한 자동차 테스트 현장을 가다
자동차가 시판되려면 극서나 극한 환경에서도 각종 안전장치들이 이상없이 작동되어야겠죠. 이런 이유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데스밸리, 중국 북방 같은 극한, 극서 지역에 주행시험장을 만들고 성능 테스트를 합니다. 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 헤이허(黑河)에 있는 현대모비스 동계주행시험장을 가봤습니다.

워낙 추운 곳이라는 말에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속옷에 내복, 히O텍 발열내의, 티셔츠, 스웨터에 파카를 껴입고 장갑에 두터운 양말, 등산화까지 신었습니다. 첫느낌은 상당히 멀다는 것이었습니다.헤이허는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천340km 떨어진 곳으로, 러시아와는 다리 하나를 두고 맞닿은 국경지대입니다. 베이징 공항에서 두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하얼빈까지 간 뒤 다시 비행기를 두시간 더 타고 갑니다. 그리고 헤이허 공항에서 버스로 설원과 눈덮인 비포장 산길을 두시간 더 달려야 비로소 동계주행시험장이 나옵니다.

멀미를 참으며 겨우 도착한 동계주행시험장의 풍경은 중국이 아니라 시베리아 벌판과 비슷했습니다. 근처에 인가 하나 없이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인 벌판에 면적 205만 제곱미터의 거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데, 꽁꽁 얼어붙은 빙판입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정말 춥더군요. 옷을 그렇게 껴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아차 싶었던 게 귀마개를 안챙긴 건데,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 써도 귀가 시린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23도, 추운 날에는 영하 40도 아래로 떨어진다고 하니 국내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추위였습니다. 호수의 얼음 두께도 무려 70센티미터가 넘어 그 위에서 자동차가 아무리 달려도 끄떡없을 정도입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ABS,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 시험이었습니다. 빙판 위에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건데, ABS를 작동시켰을 때와 작동시키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시연했습니다. 사실 직접 운전해보고 싶었는데, 위험하고 전문적인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모비스 연구원이 운전을 하고 전 조수석에 동승했습니다. 먼저 ABS 장치를 끄고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멈추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버렸습니다.
[취재파일] 영하
빙판 위가 워낙 미끄러워 브레이크와 바퀴가 잠기면서 제동이 안된 겁니다. 서너바퀴를 돌고서야 차가 겨우 멈췄는데 왜 기자가 직접 운전하면 안되는지 알게된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어 ABS 장치를 켜고 똑같은 주행로를 달려봤는데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약간 흔들릴 뿐 무사히 제동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ABS가 바퀴가 잠기는 걸 방지해준 겁니다.

다음에 해본 건 차체자세제어장치, ESC 시험이었습니다. ESC 기능을 끄고 빙판 위를 원형으로 뱅뱅 돌았는데, 자동차가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흔들리더군요. 하지만 ESC 기능을 켜자 차가 부드럽게 코너를 돌았습니다. 바퀴를 꽉 잡아줘 차가 덜 미끄러지도록 만든 겁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전기차 전용 바퀴 '인휠' 시스템도 선보였는데요, 인휠은 바퀴마다 별도의 전기모터와 브레이크를 내장해 더 강한 주행과 제동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말합니다. 실제로 인휠 시스템을 가동하자 차가 올라가기 힘든 빙판 오르막길을 가뿐히 올랐고, 가속 성능도 다른 차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이런 안전기능들이 혹한에 오래 노출되도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무려 16만 킬로미터를 달려본다고 하는데요, 처음엔 좀 과하게 많이 달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하나하나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기능인만큼, 결국 수긍이 가더군요. 엄청난 추위를 자랑하는 헤이허도 여름에는 호수가 녹기 때문에 그때는 지구 반대편인 뉴질랜드로 옮겨가서 주행시험을 합니다. 전세계에 온난한 기후의 나라만 있는 게 아닌만큼 업체들 사이에선 그런 식으로 1년 내내 극한과 극서 환경을 찾아다니며 각종 성능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 얼음 위에서 급제동…첨단 자동차 '극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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