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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플러스] 두부가 뭐길래…中, 못말리는 군중 심리

[취재파일 플러스] 두부가 뭐길래…中, 못말리는 군중 심리
중국에 가면 유난히 별것도 아닌 일인데 인파가 우르르 몰려 있는 광경을 참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정말 별일이 다 있습니다.

우상욱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지난 주말 중국 산시성 상뤄시에서 정부 주관으로 농산품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한 두부 공장이 특별히 대형 두부를 선보였는데요, 만드는데 사흘이나 걸린 야심작이라고 공장 주인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모두에게 한 모씩 공짜로 나눠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삽시간에 참관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이때 까지만 해도 주인의 표정은 득의양양했는데, 어느샌가 뭔가 무질서해지더니 분위기가 영 아닙니다.

두부를 폼나게 봉지에 담아 선물하려 했는데, 웬걸 심지어는 채 썰지도 않은 두부를 너도나도 손으로 뜯어가기까지 했습니다.

보다 못한 주인, 분노에 휩싸여 끝내 두부를 썰던 칼을 치켜들고 "전부 동작 그만!"을 외치고 말았습니다.

유치원 교실에서나 볼법한 이 장면은 행사장에 있던 언론사 카메라들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이를 본 중국인들은 두부가 워낙 훌륭한 발명품이니 그럴 수 있다며 조롱하기도 하고, 두부가 금덩이도 아니고 뭐라고 저렇게 체면을 구기느냐며 탄식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두부가 500kg이니까 가만히 기다리면 천 명 이상 먹을 수 있다며 분석적으로 논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민속학자는 중국인들의 군중심리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중국인들이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전쟁과 환란을 겪으며 반드시 주류에 속해야 한다는 본능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애초부터 줄을 세웠어야 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두부 따위에 저렇게 난리를 칠까 싶긴 한데요.  사실 우리 민족도, 남들이 하는 건 다 따라 해야만 하는 성질이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부 한 모보다도 더 하찮은 일에 집착하며 매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월드리포트] 두부 시식 아수라장에 칼 들고 "동작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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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기후 변화 하면 떠오른 소재는, 빙하의 감소, 해수면 상승, 북극곰의 위기, 주로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바닷물의 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상 전문, 안영인 기자가 취재파일에 소개했습니다.

바닷속은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도 하고, 인간이나 배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폭풍이 불어 파도가 부서지기도 하죠.

그런데 그 중 가장 시끄러운 곳은 바로 독특한 빙하 지형, 피오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오르는, 빙하가 육지 쪽으로 깎아낸 좁고 긴 골짜기에 빙하가 녹아 없어진 후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만인데요, 한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이 피오르에서는 빙하가 녹는 소리가 보글보글 꽤 크게 들리는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빙하 속에 갇혀 있던 공기 방울이 끊임없이 터지기 때문인데요,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도 비슷합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이 소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던 빙하가 점점 뒤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물밑이 잠잠하면 얼핏 좋을 것 같지만, 이는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피오르는 대표적으로 점박이 바다표범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바다표범을 잡아먹는 고래는, 보통 멀리 떨어져 있는 먹잇감을 소리로 확인합니다.

그동안은 얼음 녹는 소리가 다른 여러 소리를 가려 주어서 바다표범을 포식자인 고래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주위가 고요해지니, 바다표범의 움직임이 고래의 안테나에 그대로 걸리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복합적인 원인으로 최근 20년간 알래스카 피오르에 사는 점박이 바다표범의 개체 수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머나먼 동물들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깁니다.

▶ [취재파일] 온난화…사라지는 바다표범의 보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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