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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접대비 매년 증가…"공정 경쟁 막는다"

기업 접대비 축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과도한 접대 문화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출을 일부 비용으로 인정해 주지만 한국처럼 '접대비'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접대'라고 하는 행위가 한국에만 있는 왜곡된 문화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 법을 계기로 과도한 접대 문화를 없애기 위해 기업의 접대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국내법은 교제비, 사례금 등 접대비로 분류되는 기업 지출금액의 일부를 비용으로 인정합니다.

접대비에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접대비는 연간 기본적으로 1천200만 원 정도가 인정됩니다.

여기에 기업의 규모에 따라 매출액의 0.03∼0.2%까지도 접대비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1999년까지 기본 1천200만 원에 매출액의 0.04~0.3%까지 인정해 줬으나, 2000년 이후 현재와 같은 골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접대비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기록·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됐다가 2009년에 폐지됐습니다.

외국의 경우 기업 접대비를 비용으로 전혀 인정해주지 않거나 매우 엄격한 예외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접대비에 딱 들어맞는 개념은 없으며, 기업이 거래 상대방이나 자사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지출', '선물' 등의 유사 항목이 있습니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과다한 지출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를 허용하지 않으며, 일정 액수 이상의 접대비는 영수증 등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접대비를 '교제비'라고 지칭하는 일본은 원칙적으로 이 비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중소기업에 한해 허용할 뿐입니다.

영국은 접대비가 지출되면 임직원의 급여로 처리해 세제 혜택이 없고, 독일은 사업·영업상의 이유로 지출시 금액의 70%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합니다.

경기는 지지부진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 총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한 한국 기업들의 총 접대비는 9조67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조 원을 넘었습니다.

2000년 이후 기업의 접대비는 2005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증가해 2004년(5조4천억 원)과 비교하면 9년만에 80% 증가했습니다.

룸살롱 등 호화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은 2010년 1조5천335억 원에서 2011년 1조4천137억 원, 2013년 1조2천338억 원으로 다소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1조2천억 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당수 기업들이 비용 인정이 안되는데도 한도를 넘겨가며 접대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50%, 대기업은 30% 정도를 초과해 접대비로 지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접대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공정한 거래를 해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이 오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장은 "접대비는 기업이 활동을 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너무 과도하면 건전한 경쟁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접대 우선 문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 법 통과를 계기로 기업 접대비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접대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김영란 법이 공직자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시행되는 것인 만큼 기업 등 사적 분야에서도 접대비가 줄어들어야 한다"며 "좀 더 적절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수 한성대 명예교수는 "앞으로는 접대비 자체를 한꺼번에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회계상 해당 항목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업은 영리활동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국제 관례로 봐도 접대비는 인정이 안된다"며 "구체적으로 업무와 관련해서 지출하는 것에 한해 좀 더 투명하게 기록해 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접대를 받는 개인에게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안창남 교수는 "접대 비용은 접대를 받는 사람의 소득으로 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접대 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접대비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손원익 센터장은 "접대비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데, 없어진다면 기업 활동이 힘들어지고, 과도한 접대로 가면 공정한 경쟁 문화를 해칠 수 있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업 접대비가 어떤 추이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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