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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13년간 닭장에 아들 가둔 엄마…눈물의 사연은?

[월드리포트] 13년간 닭장에 아들 가둔 엄마…눈물의 사연은?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5.03.15 14:01 수정 2015.03.15 17: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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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의 남자 친구가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딸을 6년째 돼지우리 같은 곳에 감금해 둔 후베이성의 비정한 부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그 사건에 비견할 만한 일이 이웃한 후난성에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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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 사오양시의 시골 마을에 사는 청씨 할머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탕슈앙창, 1968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는 올해 48살이 됐습니다. 평범했던 아들은 스물 세 살이던 1991년, 동네 아가씨와 사랑에 빠집니다. 많이 배우거나 큰 돈을 버는 건 아니었지만 건강했고 착실했던 탕은 그 아가씨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더 큰 세상을 원했고 탕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느 날 작별 인사도 없이 대도시로 훌쩍 떠나가 버렸습니다.  

갑작스런 실연의 충격에 탕은 너무 크게 낙심했고 두문불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처지를 딱하게 바라보던 엄마는 '며칠 그러다 말겠지'하며 모르는 척 내버려뒀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과 달리 아들은 좀처럼 실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우울증이 깊어지더니 걱정하는 부모는 물론 가끔씩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탕씨 네 집을 피해 다녔습니다.

사회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병원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던 중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나마 수입원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뒤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아들에 대한 치료도 중단됐습니다. 온전치 못한 아들을 홀로 돌봐야 했던 엄마는 하루하루가 힘에 부쳤습니다. 아들은 입을 다문 지 오래됐고 자신의 한을 풀기라고 하려는 듯 엄마를 볼 때마다 닥치는 대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졸지에 남편을 잃고 또 하나뿐인 아들은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악몽같은 삶이 계속되면서 엄마의 심신은 지쳤고 결국 고혈압에 쓰러지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자기 살기에 바쁜 나머지 동네 사람 누구도 이들 모자에게 도움을 손길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닭장견디다 못한 엄마는 13년 전인 2002년 어느 날 아들을 집 뒤편에 있는 닭장 안으로 유인한 뒤 열쇠로 잠가버렸습니다. 6세제곱미터 크기의 닭장 안 에 아들을 가둔 엄마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에 하루에도 몇 번씩 풀어줄까 말까 망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일하러 나가야 했고 그 시간동안 아들을 돌 볼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어느덧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동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탕씨 네 미친 아들은 잊혀져갔습니다. 

모처럼 만에 고향에 모인 탕의 어린 시절 친구들이 종적을 감춘 탕을 궁금해했고 친구들은 작심하고 탕의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당황해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집 뒤켠 어두컴컴한 닭장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마구 자란 장발의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분명 13년 전 사라진 탕이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실어증에 걸린 듯 탕은 13년간 갇혀 있던 닭장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비좁은 닭장 안에는 건초 더미와 붉은 색 비닐봉투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엄마가 끼니마다 닭장 철장 사이로 탕에게 건네 줬던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들이었습니다.

엄마는 체념한 듯 자신을 법에 따라 처벌해 달라고 아들의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선 그 길 밖에 없었다며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죄 값을 치르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죽고 난 뒤 누가 아들을 돌봐줄 지 그게 걱정이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아들 친구들은 엄마를 위로하며 탕의 앞날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탕과 엄마 두 사람은 지방 정부의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1년에 3천 위안, 우리 돈 5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사망 신고와 홀로 된 엄마의 나이, 미혼인 아들과 엄마의 동거 사실 등을 고려해 자동적으로 책정된 이 복지 혜택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은 단 한 번도 탕씨 집을 찾아오지는 않았고 이 가정의 어려움은 외부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피하기에 급급했을 뿐 그저 무심했습니다.

연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중국 정가에서는 '신창타이'라 불리는 중저속 질적 경제 성장에 관한 논의나 강군 육성책, 반부패 개혁 등 다채로운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과 대안 찾기가 한창입니다. 연일 각급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의 발언이 톱 뉴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의 성찬이지만 '소문 난 잔치에 정작 먹을 게 없다'고 미흡하기만 한 중국의 사회 복지 수준을 끌어 올릴 획기적인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로 30% 를 넘어선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광활한 영토와 14억이나 되는 거대한 인구를 가진 대국이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허술한 사회안전망이라면 모래알 채 빠져 나가듯 사회는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10년간 100만 달러 이상 중국 부유층의 15%가 이민을 떠났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실의 의미를 중국 정부는 깊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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