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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장에 남은 DNA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취재파일] 현장에 남은 DNA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달 말 있었던 ‘강남 재력가 할머니 살해 사건’은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것만으로 그렇겠지만, 피해자는 80대 할머니로 강남 일대에 주택을 5채 보유한 재력가였습니다.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달 25일이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살해된 지 좀 오래 돼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숨진 할머니는 양 손이 끈으로 묶여 있는 상태였고, 목이 졸린 흔적도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사흘 전인 23일이었는데, 하필 집 주변에 CCTV도 없어 23일 전후의 행적을 증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6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아들 딸 등 직계 가족이 없어 홀로 살아왔습니다. 이웃들은 할머니가 아끼고 아껴서 평생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조카 내외와 왕래해 왔지만 이 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할머니 집에 괴한이 침입해,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고 내쫓았다’, ‘협박 전화를 받았다’ 등 할머니가 위협을 당했던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이어졌습니다.

수사 범위는 넓고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경찰은 아예 ‘수사가 길어질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CCTV가 있어 강력 범죄가 줄었다’는 강남인데,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이 사건은 정말 영화처럼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건 12일 만인 지난 9일, 경찰이 ‘유력 용의자’를 붙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할머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60살 남자였습니다. 집에서 긴급 체포된 이 남자는 2010년까지 할머니의 집에서 세 들어 살던 사람으로, 할머니와 알고 지낸지 30년이나 됐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이 남자는 할머니를 살해하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취재진을 피하지도 않고, ‘죽이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가 아니라 ‘피의자’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 확실한 증거가 확보됐다는 의미입니다.

이 남자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는 바람에, 순간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온 많은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DNA 분석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묶은 끈과 할머니의 목, 손톱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DNA가 남아있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의 입을 틀어막을 때 범인의 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할머니 주변 인물들의 DNA를 확보해 일일이 대조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친인척, 세입자, 이웃 주민…. 전 세입자였던 이 남자의 DNA도 이 때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오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남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것은 섞여있지 않아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경찰이 이 남자를 긴급체포할 때 집에서 발견된 검은 점퍼에도 할머니의 혈흔이 나왔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CCTV에도 남자의 수상쩍은 행동이 담겼습니다. 이 남자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인 24일, 이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혔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나오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남자가 주변의 시선을 피해서 다른 경로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의자인 이 남자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범행 동기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간 건 맞지만 ‘할머니가 화를 내며 자신을 밀쳐서 쓰러졌고, 기억을 잃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제3자가 할머니를 죽이고 자신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라고요. 남자의 이웃들은 이 남자가 할머니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가족과도 불화를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은 이 남자가 할머니와 돈 문제 때문에 다투다 범행한 게 아닌가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남자는 구속된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겠지요. 현장에 남은 증거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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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재력가 할머니' 살해 피의자는 전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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