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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의원 이름으로 쌀장사에 동생 보좌관 채용까지…윤명희의 속사정

[취재파일] 의원 이름으로 쌀장사에 동생 보좌관 채용까지…윤명희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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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도정미 코너에서 발견한 의원님 이름

대형마트에는 대개 현미를 즉석에서 도정해 판매해 파는 코너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현미를 도정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더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요즘 나오는 쌀은 차별화를 위해 각자 브랜드를 달고 있고, 도정미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대형마트의 도정미 코너에서 낯익은 이름이 상표로 인쇄돼 있는 쌀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앞면에 인쇄된 제품 이름은 '쌀전문가 윤명희의 웰빙 도정米'였습니다. 뒷면을 보니 윤명희 씨를 즉석도정기를 개발한 쌀 전문가로 설명해놨습니다. 윤 씨의 연도별 주요 수상 경력까지 들어가 있는 쌀 봉투였습니다. 이런 이름이 들어간 쌀 봉투는 소포장부터 대포장까지 크기도 다양했습니다. 이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라이스텍이라는 업체는 직원을 파견해 마트에서 직접 도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윤명희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사장님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교육을 받은 듯 포장지에 있는 쌀 전문가 이력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쌀 전문가라고 소개된 윤명희 씨는 동시에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라이스텍 대표였는데, 농업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된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농업분야를 담당하는 국회의원의 이름이 박힌 쌀이 버젓이 대형마트에서 농산물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농해수위만 3년째…쌀장사는 국회법 정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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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임기동안 상반기, 하반기 상임위를 한번 정도는 바꾸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윤명희 의원은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상임위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한 상임위를 오래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의정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임위의 전문성을 살려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국회법은 제40조의2에서 소관 상임위의 영리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은 주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안철수 의원도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 안랩의 이해관계와 충돌할지도 모르는 정무위를 피해서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 의원 이름 상표는 의원 이름 갑질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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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현직 농해수위 소속 여당 국회의원의 이름이 상표로 들어간 쌀은 그걸 유통시키는 측에서 보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매출이 떨어진다고 구석으로 미뤄버리거나 매장을 빼버릴 수도 없고, 다른 기업들도 경쟁을 하겠다고 쉽게 도전장을 내밀 수도 없습니다. 예우와 의전이 필요한 업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심기를 거스르면 관련 상임위에 불려나와 무슨 화를 입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의원 이름 상표는 국회라는 거대한 권력기관을 외피로 두른 든든한 바람막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윤명희 의원의 이름이 들어간 도정미 업체는 한 대형유통업체의 전 점포에 입점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업체가 실적이 좋고 고객의 사랑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 이름 상표 이면에는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갑을관계가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의원 이름 상표는 의원 이름 갑질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번에도 친인척 보좌관…동생은 나랏돈 받는 수행비서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윤명희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은 또 있습니다. 자신의 친동생을 의원실 6급 비서로 채용한 겁니다. 국회에서는 얼마 전에도 의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썼다가 들통 나면서 홍역을 치른바 있습니다.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은 발의가 되기는 했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나랏돈으로 친인척에게 월급을 줘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윤 의원도 확인해보니 동생을 수행 비서로 채용해 나랏돈으로 월급을 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넣은 쌀을 판매하는 영리행위에, 동생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 "몰랐다…이름 빼라고 지시했는데, 안 지켜졌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윤명희 의원은 의원실로 찾아와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전화로 몇 차례 해명을 하기는 했는데, 직접 보고 설명을 하고 싶다는 취지였습니다. 윤 의원은 30여 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우선 자신의 이름으로 쌀이 판매되고 있는 건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회에 들어오면서 업체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쌀 포장은 빼라고 지시했는데, 실무자의 착오로 안 지켜진 것 같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현재 대표가 아니며, 업체의 주식을 제일 많이 갖고 있기는 하지만 백지 신탁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무자의 착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의원님표 쌀이 판매 됐다는 점입니다. 한두 달이면 실무자가 착오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4년 임기 중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까지 의원 이름이 들어간 쌀이 팔렸다는 건 누군가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게다가 근처 마트에 가면 자신이 대표로 있던 업체가 어떻게 쌀을 판매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동안 그런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납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동생 보좌 직원은 수행 비서 겸 경호원"

동생을 6급 비서로 채용한 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자신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인 자신을 위해 동생이 비서직을 수락해 준 것이며, 수행비서이면서 동시에 경호원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했으니 조만간 동생을 그만두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 공과 사가 혼재된 의원님, 이대로 좋은가

취재를 하면서 윤명희 의원은 공과 사가 혼재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쌀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농해수위 국회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쌀을 판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느끼는 국회의원의 이름값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나랏돈으로 보좌직원을 채용할 때는 주변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합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동생을 비서 겸 경호원으로 두고 싶다면 자기 돈으로 월급을 주면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국회의원의 이름값은 국민이 준 것이고, 직원들의 월급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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