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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크가 티베트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까닭은?

[취재파일] 야크가 티베트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까닭은?
세계의 지붕인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의 비탈에 살고 있는 소와 비슷한 동물 야크(Yak),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짐을 운반해줄 뿐 아니라 젖과 고기, 털, 가죽까지도 남겨준다.
 
요즘은 길들여진 가축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티베트 고원 일대에는 야생 야크가 남아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야크가 점점 더 경사가 급하고 높은 지대로 올라가고 있다. 특히 수컷 야크보다도 암컷 야크가 점점 더 가파른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야생 야크는 처음부터 이렇게 춥고 거친 고산지대 비탈진 곳을 좋아했던 것일까? 왜 유독 암컷 야크는 수컷 야크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한 눈밭[雪田, snow patch]이나 빙하 주변에 모여 사는 것일까?
 
야생 동물이 서식지를 옮기는 것은 먹이나 다른 동물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야생 야크가 점점 더 가파른 고산지대로 이동하는 것은 우선 과거 밀렵꾼과 사냥꾼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만든 유산(遺産)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야크를 더욱 더 높은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고 한다.
 
어딘가 과학적으로 탄탄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과학적으로 이를 증명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 몬태나대학교와 미국 야생동물보호협회, 그리고 부탄과 중국의 환경과 야생동물보호협회 사람들이다(Berger et al, 2015).
 
연구팀은 우선 티베트 고원에서 실제로 야생 암컷 야크가 수컷 야크와 달리 고산지대 눈밭 주변에 서식하는 지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의 겨울철 탐험과 위성사진 등을 이용해 눈밭 주변에 사는 야크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눈밭 주변 200m 이내에서는 수컷 야크보다 암컷 야크가 20배나 더 많이 발견됐다. 수컷 야크는 상대적으로 눈밭에서 떨어져 사는 반면 암컷 야크는 눈밭 주변에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야크 폴로 캡쳐_4
왜 수컷 야크와 암컷 야크의 서식지가 서로 차이가 나게 됐는지 과학적으로 명쾌한 설명은 없다. 다만 연구팀은 암컷 야크가 눈밭 주변을 서식지로 택한 것은 겨울철에도 물을 쉽게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눈밭 주변이 먹이를 구하고 새끼를 기르는데 상대적으로 용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야크가 겨울철에 젖을 많이 분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젖을 많이 분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양분과 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혹한 속에서 그나마 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아니라 바로 눈이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러면 야생 야크가 언제부터 경사가 심한 고산지대 눈밭 주변에서 살게 된 것일까? 처음부터 춥고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살았던 것일까?
 
연구팀은 지난 1850년부터 1925년까지 티베트 지역을 탐험한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약 60개의 원정대가 관측한 야생 야크의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지금과는 다른 사실이 발견됐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암컷 야크와 수컷 야크 모두 지금과 달리 초원지대에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에는 암컷 야크의 서식지가 지금처럼 경사가 급한 고산지대 눈밭 주변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정대가 다녀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에 야생 야크가 산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1930년대부터는 야크 밀렵과 사냥이 무분별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인간과의 싸움에서 밀려난 야크는 밀렵꾼이나 사냥꾼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파른 고산지대로 서식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20년대까지와 현재의 야생 야크 서식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현재 야크는 예전에 비해 경사가 심한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컷 야크가 수컷 야크보다 더 경사진 지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렵과 사냥이 지속되면서 야크는 기존의 살던 곳을 떠나 경사가 급한 고산지대를 피난처로 택한 것이다.
 
연구팀은 암컷 야크가 수컷 야크보다 상대적으로 가파른 고산지대를 서식처로 택한 것은 밀렵이나 사냥을 피할 뿐 아니라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성 본능이 작용한 것이 아닌 가 추정했다. 또 암컷 야크가 수컷 야크보다 밀렵이나 사냥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도 있고 당시 밀렵이나 사냥이 무리가 작은 수컷보다는 상대적으로 무리가 큰 암컷에 집중됐을 가능성도 연구팀은 제기했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인간이 야생 동물에 행한 행동 때문에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옮기고 예전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산효과(遺産效果,Legacy effects)'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야크 서식지의 기후가 변하면서 야크가 더 높은 지역으로 밀려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티베트나 히말라야 지역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2~3배나 빨리 올라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티베트나 히말라야 지역의 눈밭은 예전보다 더 높은 곳으로 후퇴하게 되고 눈밭 가장자리 지역의 추운 기후에 적응된 야생 야크는 물러나는 눈밭을 따라 서식지를 높은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야생 야크 밀렵꾼이나 사냥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밀렵꾼과 사냥꾼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만든 유산과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로 인한 서식지의 기후변화가 야생 야크를, 특히 암컷 야크를 경사가 가파른 티베트 고원 정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 야생 야크는 멸종한다.
 
<참고 문헌>
 
* Joel Berger, George B. Schaller, Ellen Cheng, Aili Kang, Michael Krebs, Lishu Li, Mark Hebblewhite, 2015: Legacies of Past Exploitation and Climate affect Mammalian Sexes Differently on the Roof of the World - The Case of Wild Yaks. Scientific Reports, DOI:10.1038/srep0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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