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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9호선 봉은사역? 정치가들이 종교갈등 만든다"

* 대담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 한수진/사회자:
서울 지하철 9호선, 이달 말 연장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요. ‘봉은사역’ 지하철 역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해 12월 서울시가 봉은사역 이름을 확정 고시했지만,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이 종교 편항을 주장하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건데요. 어떤 이유인지 들어보겠습니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이자 서울신학대 교수인 박명수 교수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예.

▷ 한수진/사회자:
9호선 개통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역명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예, 저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 아니겠어요? 지역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이 있습니다. 비교적 종교적인 갈등은 적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종교적인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가 특정 종교를 편향되게 지원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서울 한 복판에 특정 종교의 사찰 이름으로 역명을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갈등을 증폭하게 합니다. 이런 갈등을 제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명을 지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건, 어떤 뜻으로 하신 말씀이신가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사실 우리 서울은 다종교 사회입니다. 특별히 그 중에서도 강남에서는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고, 강남의 종교 분포를 보면 오히려 우리 기독교가 제일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종교 인구 가운데서 서울이 종교 인구가 제일 많고 그 중에서도 강남이 종교 인구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그 강남의 종교 인구를 보면 불교가 15.2%, 우리 개신교가 23.5%, 천주교가 20.7% 그래서 강남에 우리 개신교가 제일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다종교적인 상황에서 특정종교의 사찰 이름을 역명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지하철을 제일 많이 타는 종교 인구도 보면, 우리 기독교 인구들이 많을 겁니다. 다른 종교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교 사찰의 이름을 사용한다면 이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봉은사역’이라고 이름 지은 게 특정 종교 편향이다, 이런 말씀이신 건가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독교인들은 ‘봉은사역’이라는 역명 자체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그런 뜻이네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 그것보다는요, 지하철은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따라서 대중의 편리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그 역명을 사용해서 편리하게 된다면 그 역명을 사용해야 될 것입니다. 지금 논쟁이 되는 그 지역에 내리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코엑스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약 10만 명 이상이 매일 거기를 다닌다고 그러죠? ‘봉은사역에서 만나자’ 하는 것보다 ‘코엑스역에서 만나자’ 하는 것이 보통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길 원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료를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논란에 대해 네이트에서 지난 3일 하루 동안 국민투표를 실시한 내용이 있습니다. 전체의 55%가 코엑스역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일 오전 0시부터 밤 자정까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116만 349명이 참여했는데. 코엑스역은 55%으로 63만 명 가량, 봉은사역은 45프로로 52만 여명 가량, 그래서 결국 코엑스역을 사용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봉은사역을 사용하자고 하는 사람보다도 더 높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중교통수단은 대중의 편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또 온라인 투표라는 게 익명성도 있고 말이죠. 종교적으로 어떤 성향을 가진 분들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점을 지적해두고 싶고요. 그리고 지금 봉은사만 놓고 보면 건립된 지 1200년이나 된 유명 사찰이지 않습니까?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예예.

▷ 한수진/사회자:
역사성으로 봤을 때 종교시설이라기보다는 문화재로 봐야 된다,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 우선 역명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것은 역사성이 아니라 시민의 편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제쳐두고요. 봉은사가 오래된 사찰인 것은 맞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봉은사가 제대로 활동한 것은 조선 중엽의 연산군 시대 부터입니다. 긴 역사가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긴 역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봉은사가 우리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겁니다. 근데 아쉽게도 일제 말 봉은사는 정말로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함께 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제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친일파 승려 가운데 김태흡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분이 봉은사 포교사였고, 해방 직후에는 그야말로 봉은사를 대표하는 주지였습니다. 일제시대 때 가장 친일적인 운동이 ‘심전개발운동’인데 이것이 대표적인 친일 운동입니다. 심전개발운동에 앞장선 것이 바로 봉은사였습니다. 저는 이런 점을 말하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또 불교계 쪽에서는요. “일제가 사찰령 통해서 한국 불교를 통제했다, 당시 일제강점기 때 봉은사가 경기도 선종의 총본산이라는 주장이 당시 한국불교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비판이다” 이렇게 반박하기도 했네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요. 그 점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잣대로 본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다 면죄부를 줘야 되는 거예요, 사실. 또 대다수의 많은 불교가 그런 일본의 사찰령을 통한 통치를 받았고 거기에 안주했던 것도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꾸 ‘역사, 역사’ 해가면서 이런 것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반대하는 쪽에서 보니까 “박원순 시장이 친불교 성향인 것이 이번 역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의혹도 제기도 했던데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요, 사실 박원순 시장이 친불교 인사라고 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친기독교 시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죠. 하지만 박 시장이 서울 시장으로서 친불교 정책을 사용한다면 이것은 매우 큰 잘못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령 어떤 게 있습니까?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지금 현재 여러 증거에서 나오는 것처럼 봉은사와 박원순 시장이 서로 가깝다고 하는 것, 그리고 역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봉은사의 로비를 받았다고 하는 것, 또 그 다음에 서울에 있는 여러 불교 사찰에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 것, 여러 가지 지금 증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요.

저는 생각할 때, 박 시장이 정치가로서 특정 종교에 유리한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값싼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넘어가선 안 되죠. 정치가는 종교 갈등을 유발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서울시는 지금 절차상 하자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거든요. 봉은사 역명 논란, 잘 모르는 청취자 분들도 있으니까 그동안 제정 절차를 좀 보면요. 강남구가 1차로 국민들 상대로 설문조사와 여론조사에서 의견 수렴했고요. 1안으로 ‘봉은사(코엑스)’, 2안은 ‘코엑스(봉은사)’ 이렇게 병기를 해서 서울시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근데 서울시에서 1, 2안 모두 부결시키고 ‘봉은사’로 결론을 내렸다고 하죠. ‘역명 병기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기도 하고, 또 인근 2호선 삼성역이 코엑스를 뜻하는 ’무역센터‘를 병기하기 때문에 중복’이라는 건데요. 이런 설명 들어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 금방 그 말씀 가운데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왜냐하면 지하철 2호선은 삼성역과 무역센터역을 병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병기는 안 된다’ 하는 것이 앞 뒷말이 금방 안 맞는 것이고요. 저는 더 좀 문제가 되는 것은 뭐냐 하면,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관료주의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세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아뇨, 저는 뭐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로 어떤 역명을 사용하는 것이 서울 시민을 위한 것인가, 그런 점에서 얘기를 해야지. 몇 사람 모여서 회의를 한 것을 가지고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로 서민행정을 얘기하고 진보행정을 얘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으로서는 그런 답변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어떠세요, 교수님? 지금 지하철 역명 논란 종교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건 개신교 쪽에서도 좀 부담이 되시죠?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아, 그렇죠. 저도 어떨 땐 양보하는 것이 어떤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정교분리 사회에서 특정 종교가 혜택을 입는 것은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지역 갈등, 혹은 이념 갈등도 큰 문제인데 종교 간의 갈등까지 일어나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종교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그러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 가지 더요. 이미 2호선 삼성역에 이미 코엑스를 뜻하는 ‘무역센터’가 병기가 돼 있다고 하잖아요? ‘중복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저는 오히려 9호선이라고 하는 새로운 전철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2호선은 그냥 ‘삼성역’으로 하고, 9호선은 ‘코엑스역’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건 조정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만한 융통성도 없어서 어떻게 서울시 행정을 하겠어요? 왜냐하면 2호선 이름을 정할 때는 9호선이 없었고, 9호선이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2호선은 ‘삼성역’으로, 9호선은 ‘코엑스역’으로.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서울신학대 박명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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