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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틸리케의 아시안컵 비밀 노트 공개

슈틸리케 감독, 6문장으로 아시안컵을 말하다

[취재파일] 슈틸리케의 아시안컵 비밀 노트 공개
오늘(11일) 오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나는 대한축구협회가 주도하는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2015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출정식이고 다른 하나는 '2015 축구협회 1차 기술세미나'였습니다. 아시안컵 리뷰를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첫 발제자로 나서 지난 아시안컵을 돌아봤습니다. 아시안컵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전국 각지의 지역 지도자들과 유소년 지도자들까지 참가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자리였습니다.

돋보인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작성했다는 '비밀노트', 즉 기술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1989년 스위스 대표팀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모든 대회, 모든 경기가 끝날 때마다 기술 보고서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결승전까지 6경기에 대한 보고서를 쓴 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만 戰 (조별리그 1차전)
- 문전 앞 25m 지점에서 기술, 적극성,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

2. 쿠웨이트 戰  (조별리그 2차전)
- 기술적인 실수로 많은 역습 찬스를 무산시켰다.

3. 호주 戰 (조별리그 3차전)
- 공을 우리가 빼앗은 뒤 우리 실수로 다시 빼앗겨서 수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4. 우즈베크 戰 (8강전)
- 지속적으로 수비 조직력에만 의존했다.

5. 이라크 戰 (준결승전)
- 우리의 실수 때문에 상대방에게 결정적 기회를 수 차례 헌납했다.

6. 호주 戰 (결승전)
- 잘 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실수를 더 많이 한 팀이 지는 거다.


핵심만 간추린 슈틸리케 감독의 코멘트를 읽어보면 아시안컵 당시의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리 준비한 경기 영상을 틀면서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말보다는 영상을 직접 보고 복기해야 더 효과적이고 기억에 남는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미디어에 따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실수나 잘못한 장면에서 혹여 특정 선수가 다시 여론에 오를 것을 배려해서였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실수나 되새겨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판과 분석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위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장단점으로 나눠 진단했습니다.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장점 -
1. 규율
2. 조직력
3. 투지

슈틸리케 연합

슈틸리케 감독은 특히 수비 조직력에 합격점을 줬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공격을 잘 하는 팀은 1승을 거두지만 수비를 잘 하는 팀은 우승을 한다'는 NBA의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며 수비를 강조했는데, 일단 스스로 합격점을 매긴 듯합니다. 또 미드필더의 투쟁심이 뛰어나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전체적인 수비 라인 간격도 주문한 대로 잘 유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점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시안컵

- 단점 -
1. 선수들의 문제점 인식이 부족하다.
2. 당황하는 플레이가 너무 많다.
3. 침착성과 상황 판단이 부족하다.


특히 가장 큰 단점으로 수비시 상대방의 공을 빼앗은 뒤 역습 찬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빼앗기는 점을 꼽았습니다. 역습 기회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곧바로 역습을 내줘 더 큰 위험에 처한다는 겁니다. 또 공을 뺏은 뒤 선수들의 침착성과 상황 판단력이 부족해 빌드업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을 빼앗겨 역습을 당할 때 팀이 얼마나 위험에 처하는지 선수들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런 단점들이 성인 선수가 되기 이전에 유소년 시절의 좋은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참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유소년 지도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이었습니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축구에 대한 철학을 강조하는 자리였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앞서 인사말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결승전에 오르는 장면을 보는 게 꿈"이라고요. 정말 꿈같은 말입니다. 감독 하나, 선수 하나로 이뤄지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냉철한 비판과 면밀한 분석, 그리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담긴 슈틸리케 감독의 노트도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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