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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빙속 월드컵 파이널 전원 불참 결정

[취재파일] [단독] 빙속 월드컵 파이널 전원 불참 결정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다음 주말(21일, 22일) 독일 엘푸르트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에 전격적으로 전원 불참하기로 결정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월드컵 파이널 출전권을 획득해놓고도 전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표팀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은 각 대회마다 순위별로 점수를 준 뒤 마지막 대회인 월드컵 파이널을 마치면 누적 점수로 종합 우승자를 가립니다. 일반 월드컵은 우승 100점, 준우승 80점, 3위 70점, 4위 60점의 점수가 주어지고 월드컵 파이널은 이보다 1.5배인 우승 150점, 준우승 120점, 3위 105점, 4위 90점의 점수가 부여됩니다. 마지막 대회인 월드컵 파이널에 가중치를 둔 이유는 막판에 큰 점수를 받고 역전이 가능하게 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각 종목 종합우승 상금은 15,000달러, 종합 2위 상금은 10,000달러입니다.

월드컵 파이널 출전권을 획득한 한국 선수는 ‘빙속 여제’ 이상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과 모태범, 그리고 유망주인 김준호를 비롯해 여러 명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상화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이미 올 시즌을 마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승훈은 파이널에 출전하지 않아도 매스스타트 종합 1위를 확정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모태범 등 나머지 선수들은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모태범은 현재 남자 500m 월드컵 포인트에서 495점으로 종합 3위에 올라 있습니다. 4위인 폴란드의 아르투르 바스와는 겨우 23점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모태범이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경우 종합 2위까지 오를 수 있는 반면 결장할 경우 자칫하면 동메달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6위까지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모태범이 파이널에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 전화로 물어봤지만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한명섭 전무이사를 비롯한 연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로 나가봤자 성적이 안 나오고 무리하게 출전하면 부상 우려도 있다. 올 시즌 국내 대회가 유독 많아 컨디션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다음 시즌 바라보고 착실히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에릭 바우만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이런 사정을 경기위원회에 설명했고 경기위원회도 타당하다고 생각해 결국 월드컵 파이널 출전을 포기했다.”

모태범, 김준호, 장미는 지난 1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끝난 세계 스프린트선수권에 출전했습니다. 이로부터 월드컵 파이널까지는 20일의 긴 시간이 있습니다. 지쳐 있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이를 회복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할 기간이 충분합니다. 특히 올해 20살의 김준호는 모태범을 능가하는 유망주로 평가를 받으며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준호로서는 단 한 번의 국제대회도 더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게 급선무입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는 병역 면제나 체육연금 같은 혜택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지난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를 따내며 빙속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2018 평창 올림픽 개최국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부상이 없으면서도 단지 지쳤다는 이유로 한 시즌을 마감하는 마지막 대회인 월드컵 파이널에 전원 불참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을 차버리는 행태인 동시에 자칫 국제 빙상계로부터 ‘대회 보이콧’이라는 오해까지 야기할 만한 사안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선수단의 현명한 재검토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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