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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친콴타 IOC 위원 "평창의 큰 약점은 언어"

[취재파일] 친콴타 IOC 위원 "평창의 큰 약점은 언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체육기자연맹 (AIPS) 총회를 다녀왔습니다. AIPS총회는 전 세계 130개국 만 여명의 스포츠 기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로 이번 총회는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1924년 당시 첫 번째 총회가 열렸던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정희돈 취파
지아니 멜로 AIPS 회장과 티에리 브레야 프랑스 체육부 장관이 참석했고, 폴란드의 육상영웅 출신인 이레나 쉬빈스카 IOC 위원, 네나드 라로비치 세계레슬링연맹회장, 그리고 국내에는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으로 잘 알려진 옥타비오 친콴타 이탈리아 IOC위원도 초청됐습니다.

이들 중 친콴타 회장은 과거 평창 유치때와 밴쿠버 올림픽 등 국내외에서 자주 인터뷰도 하고 해서 얼굴 정도는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특히 이번 총회기간에는 같은 호텔에 묵고 버스도 옆자리에 타고 가면서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평창 올림픽'이었습니다.
정희돈 취파
한국에도 많이 온 친콴타 회장은 "외신에서 평창의 올림픽 준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경기장 건설 등에 대해서는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강한 어조로 "평창의 큰 약점은 '언어' (language)" 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동안 평창과 관련해서 '언어' 문제를 이야기한 사람은 친콴타 회장이 처음이었기에 좀 더 자세하게 물었습니다.

"소통(Communication)의 문제냐, 아니면 기술적인 (Technical) 부분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친콴타 회장은 "둘 다 해당 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대부분 예스(Yes), 예스(Yes), 예스(Yes) 라고 대답을 많이 한다. 그 말은 알아들었다는 이야기 인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회의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요구 했는데 답은 예스(Yes)라고 말해놓고 나중에 보면 전혀 안되 있더라"

(옆의 중국기자를 가르키며) "중국은 다르다. 회의를 할 때는 담당자들이 영어를 잘 하더라도 꼭 통역을 대동한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예스(Yes)라고 말하면 알아 들은 줄 알고 넘어간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야 한다."

친콴타 회장의 이 발언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 하는게 아니라 그동안 평창이나 빙상과 관련해서 회의나 이야기를 하면서 답답하게 느꼈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스포츠 외교력 강화를 위해 열린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방안 회의에서도 비슷한 점이 지적됐습니다. 각 스포츠 종목에서 중요한 국제회의나 업무 토론에 갈 때 '담당자들이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면 반드시 통역을 데리고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예스(Yes)'에 대해선 서양사람들과 약간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절 교육을 많이 받은 탓인지 이해가 안되더라도 대화 중간에 말을 끊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예스'를 상대 방 말을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추임새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양사람들은 이것을 '할 수 있다 (I can)'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을 치르면서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더불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친콴타 회장의 충고는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최근에도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는 일부 종목에서 담당 직원들이나 선수들이 국제규칙이나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는 협회 국제업무 담당 직원의 착오로 도핑 테스트 검사를 놓쳐 1년간 자격정지를 받은 뒤 어렵게 복귀했고, 최근 도핑 파문에 휩싸인 박태환 선수도 국제수영연맹(FINA)의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스포츠와 관련된 용어는 전문적인 게 많아 외국어를 잘 하더라도 그 종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바이애슬론 등 이런 동계 종목들은 하계 종목에 비해 국내 역사도 짧고 전문가나 저변 인구가 적은 게 현실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려면 그 종목 경기를 할 때 기술요원(Technical Director)이나 진행요원들은 개최국에서 대부분 채워야 하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친콴타 회장의 발언은 성공 올림픽을 위해선 경기장 건설 같은 하드웨어(Hardware) 못지않게 대회 운영과 관련된 소프트 웨어(Software)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충고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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