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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잠 못 자면, 노화 빨라지고 수명 준다"

[취재파일] "잠 못 자면, 노화 빨라지고 수명 준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죠. 잠을 잘 자야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에서 수면과 노화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대표적인 수면 장애인 ‘수면무호흡증’을 통해 수면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밝혔는데, 쉽게 풀어 말하면 잠을 잘 때 자주 깨는 불안정한 수면 상태가 지속되면 노화가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노화를 관장하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유전자가 손상돼 짧아져, 노화가 빨라지고 심한 경우 수명까지 단축되는 거죠.
 
(완)[취재파일]
텔로미어는 유전자의 말단 부위로, 유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유전자입니다. 우리 몸의 ‘노화 시계’라고도 불리죠.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의 상관관계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화는 물론이고 암 같은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을수록 노화가 빨라지고, 수명이 단축됩니다.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을 밟는다면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일반적으로는 50회 정도 세포분열을 하고 나면 세포가 수명을 다해 텔로미어도 없어집니다. 그러나 암세포는 다릅니다.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계속 분비돼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는 것입니다.(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한 연구진은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자주 깨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백혈구 텔로미어의 길이를 비교해봤더니, 같은 연령대에서 텔로미어의 길이 차이는 최대 2.5배로 나타났습니다. 잠을 푹 자는 사람의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가 수면무호흡증인 사람의 것보다 2.5배나 길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신철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텔로미어가 이만큼 짧아졌다는 것은 노화가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더 빨리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생명도 단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1시간에 5차례 이상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1시간에 5~15회면 경증, 15~30회면 중증으로 분류됩니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90% 이상 유지돼야 하는데, 수면무호흡 상태에서는 심한 경우 60~70%까지도 떨어집니다. 이 때 몸 속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가 유전자에 손상을 줘 노화를 빨리 진행시키는 것이죠.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뿐만 아니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 역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또한 텔로미어에 손상을 입힌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도 노화 속도를 빨라지게 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겁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수면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고, 특히 수면 장애는 본인이 알기 어려운 만큼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국내 45~72세 사이 성인남녀 38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수면과 호흡(Sleep and Breathing)>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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