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터뷰] '순수의 시대' 강한나 "노출 연기 선입견, 보고나면 달라질 것"

[인터뷰] '순수의 시대' 강한나 "노출 연기 선입견, 보고나면 달라질 것"
"어머니에게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어요. 노출 연기에 대해서 괜한 우려하실까봐요. 시나리오를 보시고 나서 '가희'가 너무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하시는거에요. 또 베드신도 감정선이 살아있어 좋다고 하셨고요"

여배우가 된 딸이 살색의 향연이 가득한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때 어머니의 염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행여 이미지만 소비되는 출연이 아닐까 또 네티즌들의 인신공격성 악플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한나의 경우 어머니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 아래 영화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 작품에서 강한나는 순수한 사랑과 치명적 매혹 그리고 강렬한 복수의 얼굴을 모두 지닌 기녀 '가희'로 분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세 남자와 감정적으로 엮이는 가희는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반면 가슴 속에 남모를 상처도 많은 비련의 여인이기도 하다.

강한나는 오디션을 거쳐 이 역할에 캐스팅됐다. 생짜 신인부터 오랜 경력의 기성 여배우까지 이 역할을 탐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서 가희는 세 남자 주인공을 능가하는 비중과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이미지
"2013년 9월에 오디션을 시작해서 12월에서야 배역이 확정됐어요. 저는 당시 흰셔츠에 청바지, 단화 그리고 화장끼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다른 분들은 가희라는 캐릭터를 팜므파탈로 해석하신 것 같더라고요. 전 가희에게 그 반대의 한 없이 여리고 순수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저의 그런 캐릭터 분석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한나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재학시절부터 데뷔 전까지 약 30편이 넘는 독립영화를 찍으며 연기력을 다졌다. 그러나 독립영화 현장과 상업영화 현장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 낯설음을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하고 캐릭터에 몰입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현장에 대한 낯설음이 있었어요. 가희라는 인물과 감정에만 몰두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카메라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구도나 앵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죠. 다행히 감독님과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빨리 적응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한나는 '순수의 시대'에서 신하균, 장혁, 강하늘 세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첫 상업영화에서 강한나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세 배우의 도움이 컸다.

"신하균 선배님은 과묵해보이지만, 선배님만의 확실한 개그코드가 있어서 같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장혁 선배는 워낙 따뜻하고 배려심 많으신 분이고요. 또 유쾌하시죠. (강)하늘이는 대학 선후배 사이라 가장 편한 파트너가 아니었나 싶어요. 세 선배들의 연기를 봐라보는 것 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았어요. 나도 저분들처럼 주연으로서 중심을 확실히 잡고, 착실하게 해나가겠다는 결심을 매일매일 했던 것 같아요"
이미지
세 남자와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데 있어 몸의 대화는 불가피했다. 신인이 첫 영화에서 수위 높은 노출 연기를 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베드신의 노출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각 베드신마다 명확한 감정선들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걱정했던 건 얼마나 벗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였어요. 베드신은 정확한 콘티와 앵글, 샷이 짜여 있었어요.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물론 몸의 대화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감정까지 흐트러지면 안돼!'라고 정신을 되잡았어요" 

강한나는 베드신을 위한 베드신이 되지 않기 위해 그 어떤 장면보다 감정 연기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 가진 색안경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성인 사극이다 보니 마케팅 과정에는 베드신이나 노출 등 자극적인 요소가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얼마나 벗었고, 몇 번의 베드신이 나오고 그런 내용들이 기사화 되는 것도 그래서겠죠. 하지만 영화를 보시고나면 그런 선입견들이 분명 걷힐 것으로 생각해요. 이 영화가 말하는 인간 내면의 순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강한나는 매일 촬영 현장에서 두 권의 일지를 썼다. 한 권은 자신의 캐릭터를 빌드업한 노트였고, 다른 한 권은 회차별로 그날의 분위기, 감독님과 스태프로부터 들었던 코멘트, 본인이 느꼈던 감정 등을 기록한 노트였다.
이미지
이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시작된 습괍이었다. 강하나는 "대학 때 안톱 체홉의 '갈매기', '벚꽃동산'이나 아서 밀러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은 정극을 많이 했어요. 그때 일지를 쓰기 시작했죠"라며 "그날에 지적받은 연기의 장,단점 그리고 내가 신에서 느껴던 감정을 지나치지 않고 체크를 해뒀더니 단점을 보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순수의 시대'를 촬영하며 적은 이 일지는 영화배우 강한나의 첫번째 연기 역사가 된 셈이다. 훗날 연기 경력이 쌓여도 지금, 이 시기의 기억은 개인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강하나는 5살 때부터 15살 때까지 무려 10년이나 발레를 배웠다. 한때 발레리나를 꿈꿨던 소녀는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권유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0년 만에 충무로 상업영화에 주연으로 데뷔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신이다. 

'순수의 시대'로 관객과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강한나는 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롤모델을 전도연이라 밝힌 강한나는 "장르나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여러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순수의 시대'를 보고 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발견하셨다면 관계자 분들이 절 많이 찾아주시겠죠?"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능과 열정이 있는 신인은 누군가 반드시 알아보는 법이다. 다행히 충무로는 그런 곳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판타지오 제공>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