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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0살 태권브이와 김청기 감독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전주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사죠. 그렇습니다.로보트 태권브이 만화영화 OST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참 많이 불렀는데요. 요즘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있다면 저에겐 로보트 태권브이가 그런 존재였습니다.1976년 처음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왔으니 벌써 한국나이로 40살이 됐네요.

로보트 태권브이의 디지털 복원판 영화 홈페이지에 따르면 태권브이는 키 56미터, 무게 1400톤, 파워 895만킬로와트로 나와 있습니다.대부분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훈이가 제비호를 타고 태권브이의 머리부분에 탑승해 조종하는데,뛰어난 태권도 실력으로 악당 카프박사와 인조인간 메리를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실감나는 발차기 동작과 세심하게 표현한 손동작 까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작화기법을 사용했습니다. 국기원은 지난 2007년 태권도를 홍보한 공헌을 높이 사고 앞으로의 활약을 기원하는 의미로 태권브이에게 명예 4단증을 주기도 했습니다,더빙한 성우와 주제가도 화제였는데요.

지금도 안방극장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 김영옥씨가 주인공 훈이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주제곡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가수 최호섭씨가 불렀습니다.최씨는 이후 '세월이 가면'이란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죠.

문득 40살이 된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든 김청기 감독은 뭐 하실까,또 장년이 된 태권브이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해졌습니다.30대인 후배에게 김청기 감독을 아냐고 물었습니다.물론 안다고 하더군요.근데 로보토 태권브이를 만든 감독이 아니라 우뢰매를 제작한 감독으로 알더군요.(우뢰매는 1986년 제작된 SF영화로 심형래 주연,김청기 감독 작품입니다.)

김청기 감독은 로보트 태권브이 이후 똘이장군과 우뢰매 시리즈를 만든 이른바 스타감독이었습니다.수소문 끝에 김청기 감독께 연락드리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올해 75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게 여전히 건강한 모습을 뵈니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요즘엔 경북 문경에서 수묵화를 그리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신다고 합니다.또 대학강의도 종종 나가신다고 하네요.

만나뵙자마자 40년전 로보트 태권브이의 극장개봉 첫날을 물었습니다.

기자:어렸을 때 어머니랑 태권브이 보러갔는데 갈때마다 매진이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청기 감독:정말 대단했지.대한극장에서 개봉했는데 그 당시 대한극장이 동양에서 제일 큰 극장이었어.근데 그게 일주일 동안 매진이야.관객들의 줄이 코리아하우스(현재 한국의 집)까지 이어졌지.극장앞 도로는 관객들로 교통정체가 빚어질 정도였으니까.교통경찰들이 무척 고생했어

기자:암표장사도 엄청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김청기 감독:그 당시 영화의 인기척도는 암표상이 얼마나 몰리는냐였어.암표상도 정말 많았지.태권브이 개봉요금이 5백원이었는데 암표상들은 천원씩 팔곤했지.그래도 표가 없어 돌아가는 관객들이 부지기수였어.


옛일을 회상하는 김 감독에게선 아직도 청년의 기백이 느껴졌습니다.40살이 된 태권브이에 대한 자부심은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기자:벌써 태권브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살이 됐는데 어떠십니까?

김청기 감독:정말 엊그제 만든거 같은데 벌서 40년이 흘렀네.지금까지 늘 사랑해주고 기억해준다는게 참 고마워.죽기살기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결실이랄까.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인기가 유지된다는거에 많은걸 느끼고 있어.

기자: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태권브이가 사랑받는 이유...뭐라고 보십니까?

김청기 감독:과학의 절대성 보다 인간...휴머니즘이랄까.이걸 깔고 갔기 때문에 지금 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거 아닐까.인간형 로봇이 태권도를 하는 스토리의 힘도 컸다고 봐


김청기 감독은 로보트 태권브이가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개인적으로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기자:돈도 많이 버셨을것 같은데요.

김청기 감독:당초 그림 1만8000장, 상영시간 1시간 10분을 계획했지만, 제작하면서 욕심이 생겼어.좀 더 동작이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욕심. 그래서 그림을 3만2000장 그렸고 상영시간도 1시간 28분으로 늘어났어.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회삿돈을 모두 쓰고, 흑석동 집을 담보로 빚까지 얻어야 했어.

기자:판권이나 캐릭터 사업은요?

김청기 감독:그 당시엔 판권이란 개념이 거의 없었지.누가 캐릭터 쓰겠다 전화하면 그러라고 하고..돈을 주면 받았고 안주면 안받았고..그래도 나중에 똘이장군이 흥행하면서 빚은 다 갚았어.허허허


요즘엔 수묵화 그리는 데 푹 빠져있는데 그가 그린 수묵화엔 태권브이가 꼭 출연합니다.

기자:언제부터 수묵화를 그리셨습니까?

김청기 감독:예전부터 그리기는 했는데 본격적으로 한 건 2년정도 됐지.

기자:그런데 수묵화에 태권브이가 등장하네요.

김청기 감독:실험적으로 그려봤는데 모두들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그리게 됐어.난 이걸 엉뚱산수화라고 불러.조선시대 배경에 태권브이가 등장하는 수묵화 좀 엉뚱하지 않아? 지금 40점 정도 그렸는데 내년쯤 전시회 한번하려고해.


두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를 끝내면서 김청기 감독은 태권브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다시한번 표현했습니다.

김청기 감독:월트디즈니의 첫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세월이 갈수록 더 인기를 끌고있고 계속 커지고 있잖아요.옛날 명화가 백년이 흘러도 가치를 지니고 있듯 태권브이도 아마 그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어. 또 대권브이가 입체영화든 3D영화든 합성영화든 앞으로 다시 만들어지면 1세기후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또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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