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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광석과 기형도

3월 7일, 너무도 빨리 떠난 그들이 그리운 날의 소회

[취재파일] 김광석과 기형도
지난 토요일, 취재를 위해 ‘김광석 다시 부르기 2015’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가수 ‘김광석’의 이름을 건 추모 공연의 역사는 1996년 고인의 49재 때 그 지인들이 모여 진행한 작은 추모 콘서트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후 김민기 학전 대표가 주축이 돼 ‘김광석 추모 사업회’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매년 이맘때 ‘김광석 다시 부르기’란 이름의 전국투어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광석 공연

고인의 생전 친구였던 동료가수들이 주축이 돼 공연을 진행하는데, 박학기, 한동준 씨를 비롯해 동물원, 자전거 탄 풍경, 유리상자 팀이 주요 멤버입니다. 초대가수란 이름으로 젊은 가수들을 부르고는 하는데, 올해 서울 공연에서는 수퍼주니어의 규현을 비롯해 김필, 박시환, 홍대광 씨 등이 출연했습니다. 알 만한 히트곡을 가진 가수들이지만, 이 무대에서만큼은 자신들의 히트곡이 아닌 ‘김광석의 노래(김광석이 부른 노래)’만을 부릅니다.

그의 친구였던 가수들은 이제 쉰 살 안팎의 중년이 되어 살도 좀 붙고 흰머리도 늘고 했는데, 무대 위 영상 속의 고인은 여전히 더벅머리 청년입니다. 그 청년은 화면 속에서 여전히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에게 말을 겁니다.

고인의 친구들이 공연 중에 그와 함께 했던 20대의 이런저런 추억을 풀어 놓습니다. 함께 몰려다니며 술 마시던 이야기, 기타 하나만 있으면 긴 시간 지루한 줄 모르고 어울리던 이야기...30년이나 지난 그들의 얘기를 하나둘 꺼내놓습니다.

객석에 앉은 저도 그런 얘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김광석의 노래와 맞닿아 있는 혼자만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가수 김광석을 좋아하는 다른 이들도 아마 그러하겠지만, 저 또한 그의 노랫말들이 ‘말하지 않은 내 마음’ 같을 때가 많아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많은 위안을 얻고는 했습니다. 특히나 그의 따뜻하게 젖어있는 음색을 통해 그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마치 가수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김광석 취파

그를 그리워하며 추모공연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무심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그 날이 3월 7일, 시인 기형도의 기일인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처음 사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뜨거운 공감과 쓸쓸한 위안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시가 이제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하던데...그러고 보니 시인이 숨진 지 벌써 26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형도
1989년 종로의 한 심야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때 기형도의 나이는 29살이었습니다. 가수 김광석이 자살로 알려진 죽음을 맞은 게 96년 그의 나이 만 31살 때였는데, 둘 다 서른 즈음해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살아 있다면 모두 50대가 되었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떠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서른 살 청년의 감성을 지닌 채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삶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이 들어 차 있던 세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무심코 되돌아 본 지나온 길에 이미 많은 것을 두고 와버렸다는 걸 깨닫게 될 때, 그런 청춘들의 곁에 그들의 노래와 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청춘들 중 하나였던 저는, 그래서 지난 토요일처럼 그리움이 커지는 날엔 마음 속으로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집니다. 그 곳에선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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