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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미있는 골프 뒷얘기…매킬로이, 클럽에 '화풀이' 의도된 퍼포먼스?

한국오픈에서는 '퍼터' 내던지고 '웨지'로 버디 2개 기록하기도···

[취재파일] 재미있는 골프 뒷얘기…매킬로이, 클럽에 '화풀이'  의도된 퍼포먼스?
지난 주말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 도중 재미있는 장면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가 미국 마이애미의 악명 높은 블루몬스터 TPC 8번 홀(파5)에서 친 두번째 샷이 호수에 빠지자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3번 아이언을 공이 빠진 호수 속으로 냅다 던져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중계방송 느린 장면을 자세히 보면 그냥 홧김에 충동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멋진' 동작으로, 마치 야구의 '사이드 암' 투수처럼 클럽을 멀리 날려 호수 한가운데로 빠뜨렸습니다.

미리 작정하고 준비한 퍼포먼스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 매킬로이는 나중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클럽을 집어 던지면서 속이 후련해졌다. 자랑할만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시원하게 화풀이를 하고 나서 2타를 줄일 수 있었다. 만약 그게 3번 아이언이 아니었다면 물 속에 던져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3번 아이언은 이제 나에게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말대로 매킬로이는 잘 안풀리던 경기의 흐름을 바꿀 '화풀이'의 대상이 필요했고 평소 컨트롤이 힘들었던 3번 아이언에 속 시원히 화풀이를 하게 된 것이죠.

자, 이렇게 '화풀이 세리머니'를 펼친 매킬로이의 경기 내용은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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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더 좋아졌습니다.

매킬로이는 올해 유럽투어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번씩 차지하고 승승장구하면서 야심차게 PGA 무대로 돌아왔는데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시즌 첫 출전 대회였던 혼다클래식에서 이틀연속 오버파를 치면서 컷 탈락한 데 이어 두번째 무대인 WGC 캐딜락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도 오버파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진 매킬로이는 2라운드 7번홀까지 이븐파로 오다가 8번홀에서 두번째 샷이 물에 빠지자 작심한듯 클럽을 던져버린 것입니다.

속 시원하게 화풀이를 하고나서 매킬로이는 이 홀을 보기로 막은 뒤 나머지 10개 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하며 2타를 줄였고 결국 1언더파를 적어냈습니다.

매킬로이의 캐디 백에는 3번 아이언을 뺀 13개의 클럽만 들어 있었습니다.

매킬로이는 남은 3,4라운드에서도 이 13개의 클럽으로 경기를 펼쳐 결국 1언더파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클럽을 물 속으로 던져버린 이후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았으니 '화풀이' 효과는 톡톡히 본 셈입니다.

매킬로이가 클럽을 호수에 던져버린 다음 날 이 대회에 참가한 재미교포 케빈 나는 SNS를 통해 친 형인 나상현 SBS 골프 해설위원에게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뒷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케빈 나는 3라운드 시작 전 연습 그린에서 잉글랜드의 저스틴 로즈와 전날 있었던  매킬로이의 '클럽 투척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참고로 저스틴 로즈는 몇년 전 이 골프장의 같은 홀(8번 홀)에서 두번째 샷을 호수에 빠뜨리고 홧김에 3번 우드를 호수에 던져버린 일이 있습니다.) 케빈 나가 저스틴 로즈에게 "너라면 로리보다 클럽 던지기를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라고 말하자, 로즈는 "나도 몇년 전 그 호수에 클럽을 던진 적이 있었지~" 라고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당시 저스틴 로즈는 3번 우드를 8번 홀 호수에 힘껏 던져버리고 나머지 13개의 클럽만으로 경기를 치르다가 10번 홀(파5) 두번째 샷을 치려고 보니 핀까지 245야드가 남아 좀 전에 버린 3번 우드 생각이 간절했다고 합니다.

이 때 로즈가 캐디에게 "3번 우드 좀 건져다 줄래?" 라고 푸념 섞인 농담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캐디는 150야드 정도를 막 뛰어가더니 한 발을 호수에 담그고 몸을 숙여 뭔가를 물 속에서 건져냈는데···그게 바로 로즈가 던져 버린 3번 우드였습니다.

8번 홀에서 던졌던 클럽이 10번 홀의 페어웨이 근처까지 멀리 날아와 얕은 물에 쳐박혔던 것입니다.

캐디는 태연스럽게 클럽에 묻은 물기를 타올로 닦아내고 로즈에게 건네주었고 로즈는 이 홀에서 3번 우드로 투온에 성공해 투퍼트로 버디를 잡았다고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국내 대회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가지 더 소개합니다.

지난 2000년 한양 CC에서 열린 한국오픈대회 때 나온 장면입니다.

당시 한국오픈은 아시안투어를 겸해 열리고 있었는데 이 대회에 출전한 스코틀랜드의 사이먼 예이츠가 2라운드 후반 3번 홀까지 퍼팅이 잘 안되자 4번 홀로  이동하면서 홧김에 자신의 퍼터를 멀리 논두렁에 던져 버렸습니다.

(당시 같은 조에서 플레이했던 선수가 황성하 현 KPGA 회장입니다.)  예이츠는 이후 남은 6개 홀을 퍼터 없이 돌았는데 퍼터 대신 웨지로 퍼팅을 하고도 버디를 2개나 잡아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프로선수들 뿐 아니라  제 주변의 아마추어 주말 골퍼들 중에도 간혹 경기 도중  미스 샷이 나오면  화를 못참고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내던져 손상시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화풀이' 행동은 본인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동반자에게 부담을 주는 좋지 않은 매너입니다.

'클럽 화풀이' 세리머니는 TV 중계의 눈요기거리로 족합니다.

직접 따라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Tip: 공식대회에서 선수가 경기 도중 고의로 자신의 클럽을 손상시켰다면 그 손상된 클럽으로 경기를 계속할 수는 있지만  클럽에 보수나 수리를 할 경우  벌타 없이 바로 실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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