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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도둑질 10살 소년 돼지우리에 가두고 고문

[월드리포트] 도둑질 10살 소년 돼지우리에 가두고 고문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5.03.09 15:55 수정 2015.03.09 16: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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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건을 훔친 도둑이나 내 여자친구를 욕보인 성추행범을 잡아서 죽지 않을 만큼 때려줬다면 이게 합법일까요? 불법일까요? 분한 마음에 혼을 내주고 싶은 심정은 백번 이해가지만 그랬다간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자기의 이익이나 권리를 방어·확보·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기관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사력을 행사하는 것을 형법상 '자력구제'라고 합니다. 오늘날 법치국가에서 이 자력구제는 원칙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만일 자력구제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얼마 안 가 우리 사회는 법보다는 주먹이 우선시되는 혼란과 무질서로 빠져들고 말 겁니다. 특히 약자인 여성이나 아동, 노인들의 인권부터 침해받게 될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조선왕조 같은 봉건시대 우리도 '멍석말이'라고 양반인 주인이 집안 종이나 머슴들을 다스린다며 사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만 이미 사극에나 나오는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구상에는 자력구제나 사적 징벌이 통용되는 곳이 적지않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명예살인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의법치국을 지향한다는 오늘날 중국에서도 잔혹한 사적 징벌이 행해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용
얼마 전 중국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의 한 마을에서 10살 짜리 어린 소년이 동네 정육점에서 주인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2만 위안(약 350만 원)을 훔치다 붙잡혔습니다. 심성 착한 정육점 주인은 어린 소년이 찰나의 욕심에 실수를 범한 것이라고 여겨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은 채 자기가 훈계한 뒤 일을 마무리 짓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훈수꾼들이 끼어들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나서 이런 싹수없는 몹쓸 녀석은 혼줄을 내줘야 마을의 정의가 살아날 수 있다며 정육점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년에게 엄벌을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포청천을 자처한 동네 어른들은 소년을 철제 돼지우리에 가뒀습니다. 일종의 사제 감옥인 셈입니다. 겁 먹은 소년은 돼지우리 안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빌었지만 어른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정신 바짝차리게 해줘야한다며 소년을 호수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늦겨울 추위가 남아 얼음장같이 차디찬 호수 안으로 소년을 강제로 밀어 넣었습니다. 옷을 벗긴 채 두 손은 뒤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호수가 일종의 사제 고문실이 된 셈입니다. 어른들의 위협에 소년은 오들오들 떨면서 1시간 넘게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월드리포트용 월드리포트용소년이 이처럼 잔혹한 사적징벌을 당하면서도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소년에게 변변한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 문제 삼으려면 공안을 통해 합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을... 한 마디로 사고뭉치인 소년의 처지를 잘 아는 마을 주민들이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는 약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겁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안 당국이 소년에게 가혹 행위를 한 마을 사람들을 소환해 사건의 자초지종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오랜 봉건 왕조시대를 지나 공산혁명을 통해 성립된 중국에서는 법에 의거하지 않는 사적징벌, 자력구제 행위에 대한 어두운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10년간 중국 대륙을 공포로 내몰았던 문화대혁명 시기 부모, 사제 관계는 물론 사회를 유지시켜주던 윤리와 도덕은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혁명의 이름을 빌린 광기어린 폭력 앞에 다들 숨 죽이며 목숨을 부지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힘겨운 시기를 거쳤음에도 중국인들에게는 역설적이게도 무법천지의 잔인함에 관한 DNA가 잠재해 있는 것 같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잔인함은 나 외에 남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으로도 표출되곤 합니다. 차에 치여 쓰러진 행인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그 무심함 역시 문혁과 오랜 봉건 시절을 통해 터득해 온 나름의 생존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자국인들의 이기심, 남에 대한 무관심, 약자에 대한 잔인함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국가 차원의 인성회복운동이 시급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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