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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두 딸 구하고 익사한 은인 실족사 둔갑…비정한 엄마

[월드리포트] 두 딸 구하고 익사한 은인 실족사 둔갑…비정한 엄마
중국인 특유의 '나만 괜찮으면 남이야 상관없다' 라는 이기주의는 종종 사람을 질리게 만듭니다. 이기심이야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그래도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저 정도까지 파렴치한 행동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멍루이펑 사건은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지난달 말 허난성 푸양시 한 마을에서 익사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마을 호수가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던 10대 자매가 갑자기 난간이 부러지면서 순식간에 물에 빠졌습니다. 마침 근처에서 여차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 3학년생 멍루이펑은 주저 없이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힘겹게 두 자매를 구했지만 그러는 사이 기력을 다 소진한 멍루이펑은 안타깝게도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구하려다가 하나뿐인 자기 목숨을 잃은 겁니다.

실족사

멍의 의로운 죽음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현지 지방정부가 나서 그를 의인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추모행사까지 벌였습니다. 심각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회문제가 빈발하는 중국이다 보니 언론들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멍의 사례는 인심 삭막한 중국 대륙에도 '의'와 '이타심'이 살아 있음을 선전할 좋은 기회였을 겁니다.

임상범 월드리포트

'의사자'로 기록되는 듯 싶었던 멍의 죽음은 그러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호수에 빠졌다 구조된 자매를 인터뷰했던 한 지방 언론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자매는 멍루이펑이 난간 근처에서 장난치다가 물에 빠졌고 그 바람에 자신들까지 함께 물에 빠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보도 직후 멍은 하루 아침에 의로운 청년에서 남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실족사한 '천방지축'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실족사


남자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에 넋을 잃고 있던 멍의 여자 친구는 믿을 수 없다며 진실을 가려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사고 직후 누구보다 먼저 현장을 목격했던 여자 친구는 당시 호수가에 멍이 벗어놓은 옷가지와 핸드폰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족사했다는 자매의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정면 반박이었습니다.

실족사

진실 게임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자 현지 공안당국이 진실 가리기에 직접 나섰습니다. 공안당국에 불려가 추궁을 당하자 자매의 엄마는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엄마는 딸들을 구조하다가 죽은 멍의 유가족에게 자신이 큰 돈을 배상해야 할까 봐 자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던 겁니다. 나만 손해 안 보고 내 자식들만 살았으면 됐지 남의 집 귀한 자식이나 남의 소중한 남자 친구야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지독한 이기심의 발로였던 겁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또 한 번의 극적인 반전이 벌어진 멍루이펑 사건은 많은 중국인들의 차가운 가슴에 비수가 되었습니다. 내 배만 부르다면 남이야 짓밟아도 그만이라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그림자가 이 정도로 희망 없이 캄캄한 지경인 것을 뼈저리게 실감한 겁니다.    

실족사

비정한 엄마는 자매를 데리고 뒤늦게 멍의 영결식장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사죄했습니다. 조의금으로 1만 위안, 우리 돈 180만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멍의 유족들은 진심어린 사과가 중요할 뿐이라며 거절했습니다.

길 가다 차에 치인 사람이나 쓰러진 병자를 그저 구경만 할 뿐 누구 하나 돌보지 않는 광경이 조금도 낯설지 않는 중국의 각박한 인심이 이제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중국 지식인들의 자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성'으로 '인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중국 공산당조차 당 차원에서 인성 회복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과 배금주의, 심각한 빈부격차 속에 이른바 '갑질'과 '돈질', '새치기'가 만연해있는 한국에도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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