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진영 갈등 조장 푸틴, 넴초프 살해 불러"

"진영 갈등 조장 푸틴, 넴초프 살해 불러"
러시아의 유력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피살된 배경에는 지난 1년간 증폭돼 온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적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크림 합병 이후 러시아를 향해 쏟아지는 서방의 비판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정부 인사들이 '내 편 아니면 적의 편'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강화한 것이 바로 넴초프 피살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러시아인을 가리켜 '제5열'(fifth column·적과 내통하는 내부자들) 또는 '국가의 배반자'라는 표현을 쓰며 진영 갈등을 부추겼다.

또한,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국영TV 등 주요 언론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해 적대적인 보도를 반복해서 내보냈다.

러시아 국영TV의 유명 앵커인 드미트리 키셀요프는 러시아는 미국을 '방사능 재'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동조하는 러시아 인사들은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러시아에서 혁명을 꾀하려는 '내부의 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넴초프가 피살되기 며칠 전에는 극우 민족주의자 3만5천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넴초프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친서방 세력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의 지지자라고 규탄하며 제5열 세력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러시아 내부에서 적대적 진영 논리가 강화되자, 넴초프는 피살되기 전인 지난해 "지금 모스크바에서 나타나는 이런 수위의 분노를 이전엔 본 적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런 지옥은 평화롭게 끝날 수 없을 것"이라며 "흡혈귀는 피를 원하고 있는데, 그 피는 우크라이나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야권 인사들은 이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넴초프 피살은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권 성향의 저명 언론인인 이브제니아 알바츠는 "제5열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요구가 틀림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번 (넴초프) 암살에 나서도록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넴초프의 측근인 블라디미르 리즈코프는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구소련 시절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