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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역 심정지 환자 살린 '천사'는 전직 간호사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얼굴빛이 너무 안 좋아서 가망이 없으시리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멀쩡하게 회복하신 걸 보니 저도 정말 기쁩니다"

지난 1월 28일 아침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여자승객은 전직 간호사인 이은영(40)씨로 확인됐습니다.

지하철에서 쓰러진 후 시민과 역무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공무원 정 모(50)씨가 '생명의 은인'을 찾는다는 보도가 나간 지 하루만입니다.

당시 이 씨는 역무원 주규천·이평우 대리와 함께 119구조대원이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등 정 씨의 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시민들과 역무원의 노력 덕분에 정 씨는 일주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을 구한 '천사'들을 한 분씩 찾아 감사를 전했지만, 정작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구조대 도착 후 이 씨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자리를 떴기 때문입니다.

매일 출근길에 홍제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이 씨는 환자의 생사가 궁금했지만 역무실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제 경험으로 봐선 심정지로 그렇게 얼굴이 퍼렇게 변할 정도가 되면 대부분 소생하기 어렵더라"면서 "결국 돌아가셨다는 답변을 들을까 두려워 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환자가 멀쩡히 회복했다는 기사를 보고 반갑고 기쁘면서도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이 씨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로 7년간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마친 후 귀국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에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의료인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유학시절과 직장생활에도 계속된 심폐소생술 교육·훈련 덕분입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이 씨는 역무원들이 정 씨를 옮기는 것을 보는 순간 "의료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쏟아지는 주위의 칭찬에 이 씨는 "간단한 대응요령을 익히면 누구나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흔들어 깨우고 반응이 없다면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원 확인을 위해 홍제역 역무실을 찾은 이 씨는 자신이 살려낸 정 씨와도 만났습니다.

정 씨는 "이은영 씨 같은 천사의 마음과 탁월한 실력을 갖춘 분이 그때 저를 발견한 덕에 살 수 있었다"면서 이 씨를 포옹하고,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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