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평창 국제 망신시킨 김종덕 문체부 장관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5.03.05 10:41 수정 2015.03.05 10: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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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 추진이 전격적으로 백지화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달 전부터 경기장 변경을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4일) 오후 갑자기 이전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경기는 2011년 유치 당시부터 강원도 평창의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결정돼 있었습니다. 1년 전인 2014년 1월 강원도가 작성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보광 휘닉스파크 경기장을 보수하는 비용으로 총 205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관련 법규에 따라 정부가 75%인 154억 원을, 강원도가 25%인 51억 원을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액이 1년 만에 1천040억 원으로 갑자기 대폭 늘어났습니다.

 국제스키연맹(FIS)이 요구하는 사항을 그대로 수용해 이행할 경우 보수비용이 790억 원으로 폭등한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입니다. 여기에다 보광 측이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로 250~30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스트 이벤트와 3년 뒤 동계올림픽을 치르게 되면 사실상 세 시즌 동안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니 그 손해를 보상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2가지 금액을 합치면 최소 1천040억 원입니다.

 비용 폭등에 놀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 혈세를 아끼기 위해 비교적 최신 시설을 갖춘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로 경기장 변경을 추진했습니다. 하이원리조트로 이전할 경우 시설비에서 28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최대 5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2월 3일 평창조직위, 강원도 관계자와 하이원리조트를 현장 점검했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22일에는 국제스키연맹(FIS) 기술 이사 2명을 긴급히 하이원리조트로 불러 이전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그제에는 김종덕 문체부장관이 서울 여의도에서 조양호 평창조직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나 “보광 휘닉스파크에 스노보드 경기장이 건설되면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니 경기장을 재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자신의 생각을 뒤집고 ‘없던 일’로 만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어젯밤 SBS와 통화에서 “경기장을 변경할 경우 강원도가 도저히 내년 2월 테스트이벤트를 치를 수 없다고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공사 주체인 강원도가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이 안 됩니다. 김종 차관의 직속 부하인 문체부 실무자들은 “신속히 변경할 경우 테스트이벤트를 치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문체부가 먼저 나서 경기장 변경을 추진했다가 자신들이 한 달 만에 전격 취소하면서 가장 바보가 된 것은 평창 조직위원회입니다. 문체부가 경기장 이전을 백지화하자 평창 조직위는 문체부의 ‘갈팡질팡 행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평창올림픽 준비 사정에 정통한 한 체육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문체부는 대한민국 정부인데도 지금 애들 장난하고 있다. 하이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처럼 자신들이 호들갑을 떨어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괜히 분란만 일으키고 헛심만 쏟고 평지풍파만 일으켰다. 국제스키연맹과 IOC에 이제 뭐라고 설명하겠나?”평창 올림핌 개최 문체부가 경기장 변경을 추진하자 평창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난달 초 미국 콜로라도로 급파돼 국제스키연맹(FIS) 장 프랑코 카스퍼 회장에게 경기장 재배치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카스퍼 회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들은 뭐든지 바꾸려고 하고 있다.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올해도 내년에도 이 의문점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한국 정부와 지방정부(강원도)간에 누가 돈을 내야 할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 같다”고 쓴 소리를 털어놓았습니다.

 조양호 위원장 등 평창 조직위는 또 지난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IOC 집행위에 참석해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안을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 주 평창조직위, 강원도, 문체부, IOC, 국제스키연맹 5자가 합동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자는데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문체부가 갑자기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회의를 아예 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결국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은 문체부가 먼저 추진했고 온갖 논란을 일으키다가 문체부 스스로가 한 달 만에 포기한 꼴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측의 한심하고 무능한 행정, 불협화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국내외에 알려졌습니다. 모든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가 도리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돼서는 안 됩니다. 김종덕 장관은 내부 혼선과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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