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학년은 바뀌었는데…교과서 내용은 그대로?

[취재파일] 학년은 바뀌었는데…교과서 내용은 그대로?
올해 새로 지급된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의 내용 가운데 지난해 이미 배웠던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는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직접 두 교과서를 구해 비교해 봤습니다.

확인된 것은 소설인 '원숭이 꽃신'과 '메아리' 동시인 '길', '풀잎과 바람', '혀 밑에 도끼' 또 광고를 읽고 해석하는 내용 가운데에는 '참좋은 쓱쓱 연필', '딸랑이 장난감 가게'. '세상에서 가장 안아픈 예방주사'의 내용이 똑같았습니다.

똑같은 내용의 페이지를 세어봤더니 45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올해 6학년이 된 한 어린이는 지난해 이미 배운 내용이 화보와 문제까지 똑같이 실려 있어서 실망스럽다고 말하더군요.
취재파일
취재파일

취재 결과 현재 6학년생은 올해부터 2009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새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 거였습니다.

불과 2년 만에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각 학년마다 실리는 국어 교과 내용도 바뀌게 된 겁니다.

교육과정 개정은 지난 2000년까지는 보통 10년에 한번 꼴로 바뀌었는데 2000년 이후에는 부분 개정을 포함해 모두 14차례나 개정됐습니다.

이렇게 자주 교과서가 바뀌다 보니 특히 교육과정이 바뀌는 해에 속하는 학생들은 교과서에 이미 배웠던 내용이 실리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많은 내용이 중복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국어교과서 집필진과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중복된) 작품들이 대체로 보면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입니다. 이전 교과서에도 다 있었던 작품들입니다. 대부분, 새로 들어간 작품이 아니고 교과서에는 우리가 왜 윤동주나 이육사의 시는 어느 교과서에 다 있듯이 그 작품들은 이전 교과서에도 대부분 다 있었던 작품이고요."

"국어과는 소위 나선형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반복 심화를 강조하는데요.어떤 학습목표에 도달하는데 그 작품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죠. 저희도 다 알고 했고요."

"초등학교 1학년에 강아지똥이라는 문학작품이 실려져 있는데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거든요. 6년이라는 차이가 있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작품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실렸던 작품이 어떻게 중학교 1학년에 실렸냐 하면 교육 목표나 활동이 다릅니다."


차라리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웠던 작품을 중학교 1학년 때 다시 배우는 것이라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5학년과 6학년 때 배우는 작품이 심화가 되면 얼마가 될 것이며, 또 짧은 광고 내용을 보고 해석하는 것까지 똑같이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개편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일까요?
 
교육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6학년생들에게 손해라기 보다는 국어과의 특성이 있잖아요. 지문상으로는 같은 지문이라도 문제라도 다르게 나오면 새롭게 배우는 거죠. (질문도 똑같던데요?) 그건 한번 제가 확인해봐야 겠네요."
 
"작품이 갖는 성격이 어떤 것인가 봐야 합니다. 배웠던 작품이라도 또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학년이 달라지면 새로운 각도로 작품을 보는 거 잖아요. A라는 작품을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불 수 있고 나선형 구조라는 국어과의 특성을 아셔야 합니다. 심화해 나간다는 의미죠."    
취재파일

두 분 모두 전문가 답게 나선형 구조라는 국어과의 특징을 강조하더군요. 반복, 심화… 말로는 그럴듯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2009년 교과서를 전체적으로 바꾸면서 그 이전의 교육과정과 어느 정도나 내용이 겹치는 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교과서 담당자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과 내용을 바꾸다 보니 6학년생들이 조금 피해를 보게 됐네요. 이번에 실리지 않으면 다른 학년들은 아예 교과서에서 이들 작품들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소설이나 시는 그렇다고 해도 광고 같은 것들은 다른 것들로 대체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짧아 검토하고 바꿀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부 학생들에겐 미안합니다…"

시대에 맞추기 위한 교육과정 개정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개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올해 또 한번의 교육과정 개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최소한 중복된 내용을 최소화하려는 검증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카드뉴스] 교과서의 소비자는 학생입니다
▶ [단독] 작년에 배운 걸 또?…그림까지 같은 교과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