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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②

대학강의실 방문판매 상술 이야기 ②

[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②
 이제부터가 진짜 상술의 비밀이야.

 일반적으로 영어 인터넷강의  중 특히 인기있는 강좌 들으려면 40강의 짜리 한 달에 3만 원 정도 내야 해. 그거 다 들으려면 10~20만 원은 들거야.

 그런데 이분들이 파는 인강은 다 합치면 500강좌에서 1000강좌까지 돼. 이걸 1년에 단돈 28만 9천 원에 판다는거야. 도중에 군대 간다고 하면 정지시켜 놓고 갈 수도 있다는 거지.
 
 거기다가 교재를 한 서너권 정도 준다고 해. '무료'로 준다면서 말야. 언뜻 보기에도 꽤 싸보이잖아? 물론 28만 9천 원에 교재값이 포함된 건데도 이런 말은 쏙 빼놓은 거지.

 이분들은 1년에 28만 9천 원이라해도 싸다는 표현을 절대 쓰지 않아. 그냥 지원해준다고 하는거야. 어린 학생들이니까 특별히 학교가 지원을 해주는 거라고. 다만 전교 학생들한테 다 해줄 순 없고, 특별히 지금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 50명에 한해서만 해준다고 '썰'을 푸는 거야. 그러면서 원래 가격은 1년에 120만 원인데 신입생들한테만 특별히 1년에 28만 9천 원에 해주는 거라고 쐐기를 박는 거지.

 아무리봐도 강좌수 대비 가격을 살펴보면 말도 안되게 싼 건데도 왜 상술일까?
임태우 취재파일

 영어 인강에 스타강사가 있어. 이런 스타강사 인강을 들으려면 직접 홈페이지 가서 결제해도 꽤 비싸. 그런데 1000강좌 중에 최신 강좌나 인기 강좌 과연 몇 개나 될 것 같아? 솔직히 말해 5개에서 10개가 될까 말까해. 나머지 990개 강좌는 3년은 넘은 비인기 강좌들이야. 인터넷강의 총판업체들로부터 비인기 강좌들을 대량으로 아주 싸게 구한 뒤 짜깁기해서 학생들한테 파는 거라고.

 여기서 끝이 아니야.

 1년 내에 1000개 강좌 중 80%를 수강하면 28만 9천원에서 80%를 환급해준다고 해. 이걸로 또 새내기들을 혹하게 만드는 거지. 그런데 실상은 80% 이상을 듣는 학생들이 없어. 1학년들은 학기 초에 바쁘고, 정신없기도 하고, 잘 모르기도 하거든. 새내기들은 처음에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먹지만, 나중에 거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99%인거야.

 방문판매 업체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80% 환급이라고 아주 자신있게 대놓고 말하는거야. 실제로 환급받았다는 사람도 하나도 없어. 1년 다 돼서 환급 받으려고 업체에 전화해도 번호도 없어지고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거든.

 이분들이 강의실에서 강조하는 멘트는 딱 한 가지야.

 "이거 취소가 안 되니까, 꼭 할 사람만 해라."
임태우 취재파일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신입생들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해.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며칠 뒤에 책이랑 수강권이 집에 오니까 그때가서 보고 취소해도 늦지 않는다고 꼬시는 거야. 전혀 부담 갖지 말라면서 말야.

 이렇게 해서 업체들은 신청서를 쓴 학생들한테 며칠 뒤 책을 보내. 대부분의 새내기들은 3월 학기 초인데다  정신이 없어서 책이 집에 왔어도 제대로 열어보지 않아. 열어본다 해도 3월은 좀 놀고, 4월이나 5월부터 공부를 하겠다고들 생각해.

 책이 도착하고 보름정도 지나면 입금하라는 독촉 문자를 받는 거야. 그사이 학생들은 방문판매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도 얻게 되고, 막상 돈을 내려고하니 공부할 시간도 없으니까 취소할 마음을 먹게 돼. 하지만 업체는 절대로 취소를 안 받아줘. 우리가 맨 처음 분명히 취소가 안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거절 이유를 대는 거야.

 그러면서 정 취소하고 싶으면 환불 수수료 30%를 내라고 해. 28만 9천 원에서 수수료 30%면 얼추 10만 원이야. 돈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참 아깝지. 내 돈 5천 원 들여서 도로 반송해야 하고 환불 수수료 10만 원도 내야하니까.
 
 업체들은 이때 다시 한 번 상술을 부려. 차라리 수수료낼 그 돈이면 29만 8천 원 그냥 내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거야. 돈을 끝까지 안 내면 법원에 고소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낸다며 협박까지 곁들이는 거야. 그럼 순진한 학생들은 돈을 더 물어내야 되는 것 아닌지 겁을 먹고 결국 덤터기를 쓰게 되는 거야.

 형이 우리 15학번 새내기들을 위해서 특별히 많은 조언을 해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의실에서 인강 교재파는 사람들 절대 믿지 마라.

▶ [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①
▶ "학교에서 하는 건데" 새내기만 노린 방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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