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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①

대학강의실 방문판매 상술 이야기 ①

[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①
 저는 99학번입니다. 올해 새내기가 15학번이니까, 그사이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제가 새내기였던 시절 처음으로 대학 강의실이란 곳에 앉아 긴장했었던 때를 말이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교수님이 아니라, 강의실 방문판매원이었으니까요.

 그땐 몰랐습니다. 그저 학교 직원인 줄 알고, 그들이 파는 교재에 대해 열심히 경청했으니까요. 물정이 어두웠죠. 제 기억에 산업안전 관련 무슨 자격증 교재였었나 그랬습니다. 몇십만 원어치 되는 교재를 사들고 집으로 오자 어머니한테 혼꾸멍이 났습니다.

 지금도 강의실 방문판매가 버젓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물정 모르는 새내기들을 상대로 여전히 사기를 치는 거죠. 최근 4년차 강의실 방문판매원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를 통해 사기 수법에 대해서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얘길 꺼내고자 합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형이 얘기하는 방식'으로 들려줄게요.


 형이 15학번 새내기들한테 조언 하나 할게.
임태우
 지금부터 강의실에 불쑥 찾아와서 총학생회에서 왔네, 조교네 하면서 인강이나 교재 파는 사람들 절대 믿지 마라.

 그거 전부 사기꾼이야. 이분들은 학교 관계자가 아니라, 그냥 방문판매원일 뿐이야. 사면 나중에 반드시 피눈물 흘린다. 이제부터 이분들이 어떻게 영업하는지 알려줄게.

 아르바이트 구인란에 보면 'ㅇㅇ출판사'라는 상호를 쓰는 강의실 방문판매 전문 업체들이 있어. 이 업체들은 매년 1~2월쯤부터 구인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 뽑힌 사람들부터 사전 영업교육을 받지. 3월 2일이 되면 그때부터 전국 각 대학교로 쫙 퍼져나가서 영업활동을 시작하는 거야.

 방문판매 업체들은 그전에 학교랑 '계약'이란 걸 해. 학교 학생처나 학생본부 같은 학교와 하는 건 아니고, 총학생회랑 하는 거야. 이거 학생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까 우리가 강의실에서 학생들 좀 만나게 해달라고 총학에 제안을 하는 거지.

 이 과정에서 일부 학교에선 수백만 원부터 천만 원까지 총학생회에 건네기도 해. 고급 술집 접대까지 더해지는 경우도 있어. 강의실 방문판매가 10년 넘게 이어지다보니 일부 '나쁜' 총학은 돈벌이가 된다는 걸 알고 있어.

 이렇게 계약하면 뭐가 달라지느냐. 방문판매 전단지에 학생회 직인이 들어가게 돼. 예를 들어 'ㅇㅇ대학교 총학생회'라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거지. 간혹 잘하면 총장 직인까지도 얻을 수 있어.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전단지 밑에 자기네 학교 총학생회 직인이 있으니까, 순진한 새내기들은 '이건 학교에서 하는거구나'라고 쉽게 믿게 되는거지.

 업체 입장에선 계약을 하면 편한게 한 가지 더 있어. 강의실 돌아다니는 방문판매 업체가 한둘이 아니거든. 업체가 여러 군데다보니 어떤 한 학교에 여러 곳이 같이 들어가게 돼. 이들 방문 판매원들은 일하다 보면 서로 학교 안에서 마주치고 싸움까지 붙는 경우도 있어. 때문에 독점권을 행사 하려면 계약이 좀더 유리한거지. 이런 계약은 신입사원 대신 기존 경력자나 팀장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하고 2월까지도 계속돼.

 계약하지 못한 업체는 직인이나 A4용지 크기의 학교공문을 위조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해. 교직원이나 학생들한테 제지당할 때를 대비해서 말야.

 형이 이젠 방문판매원 얘기를 해줄게.
임태우 취재파일
 이분들은 학교에 찾가가지 전에 먼저 시간표부터 확보해. 학교 홈페이지를 뒤지거나 과사무실에 찾아가서 강의시간표를 달라고 하기도 하거든.

  대학교는 1~4학년이 있고 전문대는 2학년까지만 있는데, 학기 초에는 신입생이 주타겟이야. 물정을 모르니까.
 
 이분들은 시간표를 보면서 1학년 몇반 경영학과 이런 식으로, 동선을 미리 적어놓고 가는거야. 특히 1학년 과목 중에서 교양은 따로 빼두고, 기초필수를 제일 우선적으로 먼저 찾아가. 왜냐하면은 교양은 다른 학년들이 섞여있거든. 갔다가 고학년들한테 퇴짜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 1학년 기초필수 과목은 해당 과 학생들만 모여있으니까 작업하기 수월하거든.

 과거에는 이분들이 해당 강의하시는 교수님한테 먼저 허락받고 강의실에 들어갔어.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방법이 잘 안 먹혀. 그래서 아예 수업 시간에 맞춰서 12시부터 시작이면 그전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는 거지.

 교수님이 오시기 전 먼저 강의실에 와서 기다리는 애들 있잖아. 그럼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먼저 작업을 하는거야. 다들 자리에 앉으라고, 학교에서 특강 받아 본적 있느냐고 묻고 '없다'고 하면 교수님 수업 끝나고 특강 안내를 할테니까 다들 남아있으라고 '선수'를 치는거지.

 그럼 1학년들은 막 입학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교에 오면 이런것도 하는 거라고 생각해. 수업 끝나도 가만히 기다리게 되는 거야. 그때 마침 교수님이 오시면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하는 거라고 말씀드리면 뒷시간에 일찍 끝내줄테니까 하라고 하시기도 해.

 3월 첫째주랑 둘째주부터는 완전히 달라. 3월 첫째주는 다들 수업이 일찍 끝나거든. 3시간 수업이면은 30-40만에 끝나. 그래서 첫째주에 작업하기가 매우 최적인 거지.

 글이 너무 기니까 다음 편에 이어서 할게. 이분들이 가진 상술의 진짜를 알려줄게.   

▶ [취재파일] "형이 말이야,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대해 알려줄게" ②
▶ "학교에서 하는 건데" 새내기만 노린 방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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