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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넴초프, 크렘린궁 인근서 총격으로 사망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현지시각 27일 저녁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의 대규모 거리시위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 야권은 "정치적 살인"이라고 반발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무부는 넴초프가 이날 밤 11시 40분쯤 우크라이나 출신의 24세 여성과 함께 크렘린궁 인근의 다리 위를 걷던 중 지나가던 차량에서 가해진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내무부는 괴한들이 흰색 승용차를 타고 넴초프에게로 접근해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으며 그 중 4발이 넴초프의 등에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1발은 심장을 관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모델로 알려진 동행 여성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수사를 맡은 연방수사위원회는 28일 살해 당시 넴초프와 함께 있었던 우크라이나 여성과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을 청취했습니다.

위원회는 또 사건 전후 넴초프의 통화 내용과 그의 이동 경로가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 블라디미르 마르킨은 "국내 정치 혼란 조장을 위한 도발, 사업상 이권 분쟁, 개인적 원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등의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넴초프는 사건 당일 크렘린궁 인근에 있는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와 사건 현장인 다리 건너편에 있는 집으로 걸어가던 길이었습니다.

당국은 "현장에 남겨진 총탄을 볼 때 구경 9mm 소련제 마카로프 권총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획적으로 철저히 준비된 범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넴초프 가족의 변호사는 몇 달 전 SNS를 통해 넴초프에 대한 살해 협박이 있어 당국에 신고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제1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그동안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 왔습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연방수사위원회, 연방보안국, 경찰청 등의 수장들이 사건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수사 당국이 이번 사건과 연관있는 모든 혐의자를 찾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야권은 즉각 이번 사건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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