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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을 위한 변(辨)

"운전면허 빨리 따려"… "아들 학교 때문에"

[취재파일]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을 위한 변(辨)
이번에도 어김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먼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부터 살펴볼까요?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유기준 후보자는 1985년 4월 14일 서울 봉천동에서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으로 전입했습니다. 이후 5월 29일에 다시 원래 거주하던 봉천동으로 돌아옵니다. 서류상으로만 따지면 안양시 호계동에 머물렀던 기간은 한 달이 조금 넘습니다.

이에 대해 황주홍 의원은 "아파트 분양 등을 노린 위장전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습니다. 1985년 안양 평촌동, 호계동에는 자연녹지가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대 땅과 아파트값이 폭등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유기준 후보자가 이를 미리 알고 전입한 게 아니냐는 거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유기준 후보자 측의 변(辨)은 이렇습니다.

일단, 위장전입을 한 것은 맞지만 투기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인합니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었다면 아파트를 분양 받든지, 땅을 사든지 했어야 했는데 안양으로 전입했던 기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겁니다.

왜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위장전입을 했을까?

유기준 후보자 측의 답변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였습니다. 황당하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말이죠? 후보자 측에 따르면 1980년도 초중반에는 서울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1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면허시험을 신청하고 빠르면 6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렸다가 시험을 보게 되는데, 떨어지면 또 6개월 이상을 기다리는 식이었다고 해요.

반면, 인접한 경기도는 1~2개월이면 시험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기준 후보자는 운전면허를 빨리 따기 위해 위장전입을 감행했습니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주소를 알려주면 어딘지도 모르지만 우선 전입신고를 하고 경기도에서 시험을 봤다는 겁니다. 유기준 후보자 뿐 아니라 운전면허 시험장을 다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위장전입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다행히도 유기준 후보자는 무사히 면허를 취득했고,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원래 주소지인 서울 봉천동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증거로 후보자는 '경기' 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기준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2001년 후보자 딸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배정을 위해 석 달간 주소지를 옮겼다는 내용입니다.

역시 후보자 측은 전입신고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부득불 그렇게 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7월에 후보자 측은 부산 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할 예정이었습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중학교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아파트 분양이 지연되면서 중학생 딸이 이사 전 주소지 근처 중학교를 한 학기 다닌 뒤에 단지 안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전학을 시키기가 걱정되는 측면도 있고, 어차피 이사 갈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중학교니까 주소지를 먼저 옮겼다는 설명입니다. 정리하면,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딸의 등교 편의를 도와주고 싶었단 이야기인데요, 그럼에도 아파트 단지 안 중학교로 배정받지 못해서 결국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전학했다고 하더라고요.

자, 다음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입니다. 유일호 후보자에 대해서는 장남의 중,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배우자와 장남만 8학군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입니다.
유일호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유일호 후보자의 장남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3년 8월, 후보자의 배우자와 장남만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공 아파트로 전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장남이 중학교 3학년이 된 1996년 4월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로 다시 주소를 옮겼다고 합니다.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 있는 이 아파트는 8학군 명문 고등학교로 꼽히는 경기고, 휘문고, 단대부고 등의 배정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배우자와 장남이 서류상으로만 이 곳에 거주하는 것처럼 돼 있는 동안 유일호 후보자는 계속 서초구 양재동에 거주했습니다. 이를 놓고 김상희 의원은 명문고 배정을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위장전입 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럼 이에 대한 유일호 후보자의 변(辨)을 들어볼까요?

유일호 후보자 측도 위장전입을 한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사려 깊지 않은 처사였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8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원래 유일호 후보자가 살던 서초구나 강남구나 모두 같은 8학군이라는 겁니다.

그냥 집에서 다니지 왜 위장전입을 했느냐고요? 장남의 등교시간 단축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유일호 후보자가 살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빌라 바로 앞에는 대치중학교가 있었습니다. 걸어가면 5분 안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고 해요. 하지만 그렇게 가까워도 배정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후보자가 살던 빌라는 대치중에 배정되는 구역이 아닌 바로 옆 구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25분에서 30분씩 버스를 타고 학교를 보내기가 부모로서 마음 아팠다는 설명입니다.

결과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것은 맞지만 어느 중학교가 좋고 나쁘냐를 따진 게 아니라 통학 거리 때문에, 집 바로 앞 학교를 편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지인의 아파트로 전입을 했다는 거죠.

중학교 3학년 때 또 한 번 주소를 옮긴 것에 대해서는 위장전입했던 지인이 해당 아파트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주소지도 따라서 옮겨가게 된 것이라며 이 역시도 고등학교 배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미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가 돼 버린 지 오랩니다. 그래서 위장전입 했다하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조금은 식상하게 넘기는 일도 많아졌죠. "운전면허를 빨리 따려고" 또는 "아들 학교 통학 시간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다는 후보자들, 해명이 사실이라 한다면 일견 이해 못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위장전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위장전입이 여전히 사익을 위해 도덕을 버리는 불법행위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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