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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 단속 강화한다더니 불체자 통계 감추나

법무부가 매달 정기적으로 공표하던 외국인 불법 체류자 통계가 이달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법무부가 오늘(2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15년 1월호'에서 불법 체류자 현황에 관한 모든 통계 수치를 없앤 것입니다.

한 달 전 나온 2014년 12월호와 비교해 보니 제2장 불법체류 외국인 현황과 제5장 외국적 동포 불법 체류 현황이 통째로 빠졌습니다.

이 밖에도 다른 장에 담긴 불법 체류 외국인 관련 수치도 모두 삭제됐습니다.

불법체류 외국인 총수는 물론 ▲나라별 불법 체류자 ▲비자 종류에 따른 불법 체류자 ▲연도별 불법 체류자 ▲등록 외국인 중 불법 체류자 ▲단기 체류 외국인 중 불법 체류자 ▲외국 국적 동포의 국적별 불법 체류자 등을 파악할 길이 막힌 것입니다.

게다가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 통계 외에도 불법체류 등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에 대한 처리 현황을 담은 통계도 누락됐습니다.

여기에는 강제퇴거(추방), 출국명령, 출국권고, 과태료 부과 건수 및 액수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법무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는 내·외국인의 출·입국 현황, 외국인 체류 현황, 귀화자·난민 신청자 관련 업무 처리 현황 등 정보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국내 체류 외국이 17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있어 판단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통계입니다.

일각에서는 작년 말 발생한 박춘풍 사건 이후 불법 체류자 단속 여론이 높아진 것과 이번 법무부의 조치 사이에 모종의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불체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민감한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체류 불법 체류자는 작년 12월 31일 현재 전년보다 14% 증가한 20만8천778명을 기록해 2007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는 국민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커지자 지난 5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를 주제로 국가정책조정회의까지 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체류 외국인 현황을 공표 대상에서 뺀 것에 대해 "세계에서 우리처럼 불체자 현황을 매월 자세히 공개하는 사례가 드물다"며 "국가별로 불체자 수가 나오는 것은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특정 국가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항의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5월쯤 공개될 1년 주기의 통계연보에서는 불법 체류자 현황을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이 시점에서, 그것도 사전 설명 없이 불법 체류자 관련 통계를 비공개로 돌렸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명이 군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주요 통계 수치를 공개해 오다 슬그머니 비공개로 돌리는 것은 공공 정보를 개방함으로써 정부의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3.0 기조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의 강성국 간사는 "계속 나오던 통계가 갑자기 없어졌는데 그럼 전에는 외교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며 "법무부가 국민 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민 정책 문제를 연구하는 한 학자는 "미국, 프랑스 등 나라가 불법 체류자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라들은 육로, 해상을 통한 밀입국이 너무 많아 공항·항만 출입국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불법 체류자 수치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내 불체자 수가 최근 늘어 사실 정부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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