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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완구-우윤근의 눈물, 어떻게 보셨습니까?

'공감과 진심' 없으면 '악어의 눈물' 될 수도

[취재파일] 이완구-우윤근의 눈물, 어떻게 보셨습니까?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가 흘린 눈물이 화제입니다. 아무리 여야 원내대표로 협상의 파트너였다고 하더라도 총리 자격이 없다며 인사청문회 과정 가혹하게 몰아붙였던 야당의 원내대표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의아해 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어쨌든 정치인의 눈물이 오랜만에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눈물을 세 차례 봤던 기억이 납니다.

첫번째는 미국 대선 전날인 아이오와주 유세였습니다. 오바마는 이 날 상대방인 공화당의 롬니 후보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거기간 피부색과 나이, 사는 곳에 상관 없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을 도운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연설이 끊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왼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연설 사이사이 오바마는 그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냈습니다.

두번째는 선거 다음 날이었습니다. 젊은이들로 가득 찬 시카고의 선거캠프에서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저보다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은 제가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습니다. 정말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바마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고,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 자리는 순간 오바마와 YES, WE CAN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함성으로 가득찼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대선 다음 달인 12월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였습니다. 오바마는 "이런 끔찍한 일이 터질 때마다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아이를 둔 부모로서, 미국 전역의 부모와 똑같이 엄청난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희생자들은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그 것도 5살에서 10살 사이인…" 오바마는 다시 한 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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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하는 정치인에게 눈물은 사실 금기시 돼왔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물은 이성과는 거리가 멀고, 감정은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교육합니다. 특히나 미국 대통령은 감정에 치우쳐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합니다. 그래서 눈물은 여성 정치인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오바마와 겨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패색이 짙어질 무렵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쉽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가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추가해 결국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눈물은 이상하게 미국의 다수 국민과 언론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차례의 눈물은 쇼나 전략으로 비쳐지기 보다는 미국의 변화를 위한 도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대통령의 인간적 소회,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로 미국인들에게 다가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눈물은 그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TV 광고 속 눈물,  2004년 탄핵 역풍으로 흔들리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당시 대표가 방송 광고 속에서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흘렸던 눈물은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권양숙 여사 앞에서 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곡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 '공감과 진심'의 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취파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잡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한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죽는 것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표만 된다면 당연히 눈물도 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과 공감이 없이 위선적으로,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흘리는 눈물은 아니 흘릴 만 못합니다. 누구보다 유권자들이 그 눈물의 진실을 가장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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