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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일방 구조조정 논란…인문학 자리 더 좁아지나

중앙대 일방 구조조정 논란…인문학 자리 더 좁아지나
중앙대가 내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 인문학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년 전 첫 번째 구조개편에서 학내외 반발에도 수익성 없는 학과를 대거 축소하면서 '기업식 구조조정' 논란이 일었던 중앙대가 또다시 똑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중앙대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택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학과제는 유지하되 신입생 모집단위만 광역화한 다른 대학과 달리 아예 학과 자체를 없애고 교수와 학생이 단과대학 내 소속되는 식으로 학사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중앙대는 학과제가 단과대학별 전공제로 전환되면 학과 간 장벽이 사라지므로 단과대학 차원에서 유망 전공을 신설하거나 여러 전공을 융합하는 일이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전공을 개발하고 많은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지 않는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등 일부 비인기전공은 학생 부족으로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학교 측은 간담회에서 "공학계열은 27만7천명이 부족한데 인문사회계열은 6만1천명, 자연계열은 13만4천명이 과다공급되고 있다"며 해당 분야 전공생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교수사회는 개편안을 시행할 경우 이 같은 여러 문제가 파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학교 측이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발표 당일 오전에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 개편안을 처음 공개했다.

교수협의회와 대학 평의원회 전·현직 회장 6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교수회의 전 참석자 420명을 대상으로 개편안을 재논의할지 긴급 설문조사했고, 그 결과 87.8%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김누리 비대위원장은 "밀실에서 소수 교수가 음모적으로 진행한 학문에 대한 쿠데타"라며 "학교 측의 학과제 폐지 일방 통보는 학문의 자유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교수가 대학본부에서 추진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기업이 대학을 장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학교 측은 이번 개편안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양교육을 대폭 강화한 만큼 인문학을 홀대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다.

중앙대는 내년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양과목으로 인문학과 소프트웨어(SW) 과목을 가르치는 '교양 교육'(Liberal Arts Education·LAE) 제도를 도입한다.

학교 측은 "인문학 강화를 위해 인문학 관련 학과를 늘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교양과목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이 인문학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학과의 틀이 아니더라도 모든 학생이 인문학 고유의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관련 수업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구 총장은 "중앙대는 융합통섭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인간 삶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학을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내놓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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