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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하라 황사, 아마존 열대우림에 필수 영양소 공급

[취재파일] 사하라 황사, 아마존 열대우림에 필수 영양소 공급
최악의 겨울 황사가 지나갔다. 지난 2월 20~21일 고비 사막과 중국 북부에서 발원한 항사가 22~23일 이틀에 걸쳐 전국을 강타했다. 황사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3일 새벽 4시 1044㎍/m3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0㎍/m3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평상시보다 먼지가 21배나 많은 것이다. 지난 2002년 서울에서 미세먼지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후 농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황사는 우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공기 중 미세먼지가 늘어나면서 눈이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고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먼지가 농작물의 기공을 막아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정밀기계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황사는 분명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대비해야할 기상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황사에 나쁜 점만 있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황사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과는 달리 땅에서 발원하는 흙먼지다. 황사가 중국공업지대를 통과하면서 각종 오염물질이나 중금속까지 섞여 날아올 가능성도 있지만 주로 오염물질로 구성된 스모그와 달리 황사의 주성분은 흙이다.
 
흙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산소(O), 규소(Si), 알루미늄(Al), 철(Fe), 칼슘(Ca), 나트륨(Na), 칼륨(K), 마그네슘(Ma)이다. 물론 인(P)을 비롯한 기타 미네랄도 포함돼 있다.
 
흙을 구성하는 성분에서 알 수 있듯이 황사에는 다량의 알칼리 원소가 포함돼 있다. 땅이나 호수에 알칼리 성분을 공급해 산성화를 막는 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호수나 바다에 각종 미네랄을 공급해 식물의 생산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황사가 마치 땅의 힘이 떨어져 농작물의 수확량이 떨어질 경우 농경지의 힘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곳에서 좋은 흙을 퍼다 섞어주는 객토(客土)와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황사가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한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황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Asian Dust)와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하는 황사(Saharan Dust, African Dust)인데 동풍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남미 아마존지역까지 날아가는 사하라 황사가 아마존지역의 열대우림에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Yu et al, 2015).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메릴랜드대학교, 마이애미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위성과 라이다(Lidar) 관측 자료를 이용해 사하라 사막에서 얼마만큼의 황사가 아마존지역으로 날아오는 지 계산했다. 특히 아마존지역으로 날아오는 황사의 성분을 분석해 황사 가운데 식물의 필수 영양소인 인(P)이 얼마나 들어있는 지 산출했다.
 
산출결과 아마존지역에 연평균 2,770만 톤의 사하라 황사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황사의 0.08%인 2만 2천 톤은 인(P)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하라 황사가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 매년 2만 2천 톤의 인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아마존 지역으로 매년 날아오는 인의 양을 구체적으로 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존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서는 매년 2만 톤이 넘는 인이 빗물이나 홍수에 씻겨 나가고 있는데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황사가 이를 다시 채워주는 것이다. 사하라 황사가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 매년 필요한 양 만큼의 인산 비료를 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인이 부족하면 핵산(RNA) 합성이 줄어들어 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식물의 생육이나 종자, 과실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절묘하게도 황사가 이를 보충해 주는 것이다. 사하라 황사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생태계, 나아가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봄철 평균 5.2일, 연평균 6.1일 황사가 관측된다. 최근 들어서는 봄철뿐 아니라 겨울과 가을철 황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황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아달라왕 21년 즉, 서기 174년에 우토(雨土,황사 의미)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흙이 비처럼 내렸다는 기록이다(자료:기상청).
 
기록상으로 볼 경우 적어도 1,800년 이상 황사가 한반도를 찾아온 것이다. 기록은 없지만 한반도에는 이보다 훨씬 먼저 황사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길게 본다면 대륙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신생대 제3기 플라이스토세부터 적어도 수 만 년에서 수백 만 년 동안 황사가 한반도를 찾아왔을 가능성도 있고 기후가 현재와 비슷해진 시점을 생각한다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신생대 제4기 홀로세부터 만년 정도 황사가 한반도를 찾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황사는 분명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기상현상이다. 하지만 황사를 단순히 건강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황사가 한반도 토양이나 호수, 주변 바다 나아가 전 지구 생태계나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지 구체적이고 폭넓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Hongbin Yu, Mian Chin, Tianle Yuan, Huisheng Bian, Lorraine A. Remer, Joseph M. Prospero, Ali Omar, David Winker, Yuekui Yang, Yan Zhang, Zhibo Zhang, Chun Zhao. 2015: The Fertilizing Role of African Dust in the Amazon Rainforest: A First Multiyear Assessment Based on CALIPSO Lidar Observations.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5GL0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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