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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고 입시 제도 바뀌자 강남 출신 신입생 급증…이유는?

[취재파일] 외고 입시 제도 바뀌자 강남 출신 신입생 급증…이유는?
자녀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정보력과 분석력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번 취재는 엄마들 모임에 다녀온 같은 부서 선배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올해 서울 외국어고 신입생 중에 강남 출신 학생들이 학교마다 곱절 가까이 늘었다"는 겁니다.
 
외고? 강남? 원래 외고에는 사교육 많이 받는 강남 아이들이 많이 갔었는데... 교육기자의 이런 단순한 분석에 엄마들이 일침을 가했습니다. "입시 제도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더니 강남 애들에게 더 유리해진 거라고요!"
 
엄마들의 얘기를 실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는 대원, 대일, 명덕, 서울, 이화, 한영(가나다 순) 등 외국어고등학교가 6개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박대출 의원실(새누리당/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6개 학교들의 올해(2015학년도)와 지난해(2014학년도) 신입생 출신지역과 출신학교 전체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각 학년도별 총인원이 달라, 해당년도 인원 대비 지역 인원의 비율로 대상을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취파
서울 6개 외고 전체적으로는 약 5%p(22.2-17.5=4.7) 정도 강남 3구 출신 신입생이 증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강남구만 떼어놓고 봐도 '좀 늘긴 늘었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개별 외고를 분석할때 나타났습니다. 대학 입시 성적이 '유별나게' 좋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A외고 신입생을 분석해보겠습니다.
 
(특정 외고나 대학 실명을 쓰는 것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개연성이 있어 밝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대부분 어딘지 아실거고, '눈 가리고 아웅' 하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급적 이런 원칙은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파
A외고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강남 3구 출신 신입생이 9.3%p 늘었습니다. 올해 신입생의 절반 가까이(45.7%)가 강남 3구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서울 25개 구 중에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는 전부 신입생 수나 비율이 올해 줄었나요?"라는 질문이 가능한데요. 정확히 '늘었다' 보다는 '특정 학교가 늘었다'는 표현이 정확한 곳이 광진구와 강북구입니다. 이 두 지역에는 각각 국제중학교가 한 곳씩 있습니다. A외고에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가 광진구에 있는 국제중학교(2014학년도 15명 → 2015학년도 17명)이고요, 강북구에 있는 국제중학교도 다수(5명 → 6명)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그래서 광진구와 강북구의 경우, 구 전체로 일반화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B외고를 살펴보니 강남 3구 편중 현상이 더 심각했습니다. 
취파
B외고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강남 3구 출신이 12.4%p나 늘었고, 강남구만 11.1%p, 서초구는 7.1%p 늘어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외고에 합격생을 배출한 2015학년도 기준 상위 5위까지 중학교를 살펴볼까요? 
취파
개별 중학교 합격자 수를 보면, 강남 지역 일부 중학교에서는 외고 합격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2배에서 5배 이상 늘어난 게 보입니다.
 
학교 이름이 너무 많아 표는 생략하겠습니다만, A외고의 경우 지난해엔 합격자가 한명도 없다가 이번에 합격자를 한명 이상 배출한 강남 3구 중학교가 16개나 됐지만, 반대로 지난해에는 한명 이상의 합격자가 있었지만 올해는 단 한명도 합격생이 없는 비강남권 중학교는 49개나 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강남의 어떤 학교에서는 전교 9등까지도 A외고에 합격 가능했지만, 비강남권 지역의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해도 A 외고에는 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왜 전교 등수를 예로 들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외고 입시는 1단계에서 영어 내신 성적으로 1.5배수 정도를 거른 뒤, 2단계에서 영어 내신 점수에 면접(자기소개서)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영어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1등급=전교생 4%)로 했었는데, 올해는 절대평가(90점 넘으면 전원 A등급)로 바뀌었습니다. 즉, 학교마다 몇명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가 이제 A등급 인원 숫자는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비강남권 지역에서 A외고를 목표로 내신 1등급, 전교 1등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게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게 됐단 겁니다.
 
영어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떨어진데다, 어릴때부터 영어 사교육을 많이 받을 개연성이 큰 강남권 학생들이 영어 내신 성적 따기가 유리해졌고, 역시 사교육과 가정 형편, 교육 환경 등의 영향으로 면접과 자기소개서에서 강세를 보이게 된 겁니다. 
취파
당초 교육당국은 사교육과 과도한 학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중학교 내신 성적에 절대평가를 도입했습니다. 좋은 취지지요. 그런데 이게 의도와 달리 특정 지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다른 보완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득 몇년 전 '고교등급제 파동'도 떠올랐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외국어고나 과학고, 지역 명문 학교 등 특정 고등학교를 '비공개적으로' 우대해 신입생들을 선발한 것 아니냐고 비난을 받았던 일인데요. 이번 통계 분석을 하다 보니 외고 입시에서도 특정 지역을 우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힘드네요.
 
입시 위주 교육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당장 수험생들에게 적용되는 입시의 룰 자체도 공평무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도가 바뀌어서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에게 지나치게 유리해진다면, 그것 자체가 교육이 가르쳐야 할 가치를 거스르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 [단독] 절대평가 했더니…강남만 외고 합격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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