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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직접 응징…'거리재판' 판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한 어린이를 치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주민들과 협의해 사고를 수습해야 할까? 아니면 우선 사고 현장을 벗어난 후 경찰에 자수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인도네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1시 자카르타 외곽 남부 땅그랑 시에서 20대 남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야식을 사기 위해 가던 중 2대의 오토바이에 나눠 탄 4인조 오토바이 탈취범의 표적이 됐습니다.

용의자 중 1명이 흉기를 들이대며 오토바이에서 내리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여성이 칼로 위협하는 강도를 용감하게 밀어 넘어뜨리고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곧바로 마을 주민들이 몰려오자, 강도 용의자 3명은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피해여성과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진 용의자 1명을 붙잡아 폭행한 후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자카르타 외곽 브까시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훔치려던 절도범이, 군중이 휘두른 각목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범죄자들을 주민들이 직접 응징에 나서는 '거리재판'(hukum jalan)이 종종 신문을 장식합니다.

주로 소매치기나 절도의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손에 잡히는 대로 무기를 하나씩 들고 쫓아와 죽을 때까지 '묻지마' 식의 폭행을 가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의자들이 오히려 인근 경찰서로 피신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번 사건을 목격한 주민 라띠요 씨는 "(범인을 살해는 과정이) 정말로 잔인했다"며 "하지만 범죄자들이 교도소를 다녀온다 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민들 스스로 미리 방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티누스 시톰풀 자카르타 지방경찰청 대변인은 "오토바이 탈취용의자는 물론 용의자를 살해한 주민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과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범죄사건은 (거리재판이 아닌) 경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초법적인 살인행위가 빈발하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법집행과 사법절차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현지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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