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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망갔어요"…남편 '둔기살해' 피의자 아들 어떻게

남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베트남 출신 귀화 여성의 7살짜리 아들이 졸지에 고아가 될 처지입니다.

아버지가 숨졌고 구속 상태인 어머니도 유죄가 확정되면 장기간 교정시설에서 수감 생활을 해야 해 돌봐줄 이가 없어서입니다.

경찰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피의자 김 모(28·여)씨의 아들 지훈(7·가명)군은 현재 경기도의 한 아동 일시 보호소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훈 군은 지난 19일 사건 현장인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현장에 갔을 때 아이가 자고 있어서 깨워 데리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

경찰이 감식을 위해 사건 현장에 들어갔을 때까지 지훈 군은 아버지 A(48)씨가 숨진 채 누워 있던 침대 옆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훈 군은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모릅니다.

경찰 관계자는 "엄마와 누가 싸우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판단은 못 하는 것 같다"며 "어머니는 어디론가 도망갔고 아버지는 근처에 있는 누나 집에 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훈군을 보호 중인 시흥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사건 당시 아이가 자고 있어 사건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 아직 특이한 심리적·정서적 불안이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조만간 지훈 군이 심리적 상처를 입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심리 검사를 의뢰한 뒤, 지훈 군을 장기간 보호할 기관이나 위탁 가정을 찾을 계획입니다.

지훈 군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래 전 돌아가셨고 김 씨가 정확한 전화번호를 대지 않아 베트남 외가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유일한 친권자인 김 씨가 동의하면 아동보호시설 외에 일반 가정에 입양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입양의 경우 어린 여자 아이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합니다.

지훈 군은 원래 내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예비소집까지 다녀왔지만 부모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사건 탓에 당장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숨진 A씨는 식당에서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며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지훈 군을 비롯한 가족들을 끔찍이 챙겼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한 이웃 주민은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아이를 데라고 갔다 와서 다시 초등학교 학부형이 된다고 좋아했는데…"라면서 "(배달) 일을 다니면서도 중간 중간 아내와 아이들에게 먹을 것도 사주고 다닐 정도로 가족들을 잘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일하던 식당 사장도 "우리 집에서 8년 동안이나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나와 가게 문을 열고 결근 한 번 안 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일하는 중간에 짬을 내어서 아이를 놀이방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곤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A씨는 한 달에 이틀을 빼고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이 가게에서 배달 일 등을 하며 200여만 원의 월급을 받아 생계를 꾸렸습니다.

A씨와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20)은 "어쩌다 김 씨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면 아빠는 '나 믿고 한국에 왔는데 너무 그러지 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김씨는 14일 새벽 시흥시 정왕동의 한 5층짜리 원룸 건물 내 3층 자택에서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던 A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시흥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 씨의 치료를 주선한 시흥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A씨 가족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분으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을 힘들어했다"며 "암처럼 진단명이 명확한 병은 지원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정신과 치료는 이런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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