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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이오 연료…온실가스 감축 효과 있나?

[취재파일] 바이오 연료…온실가스 감축 효과 있나?
"바이오 연료가 연소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바이오 연료 원료인 식물이 자라는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와 같기 때문에 바이오 연료로 인해 대기 중에 추가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없다."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 홈페이지에 있는 글이다. 바이오 연료도 화석 연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 원료인 식물이 자라는 동안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바이오 연료 생산과 소비 전체 과정을 보면 바이오 연료 때문에 대기 중에 추가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는 없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이론이다. 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의 한 근간이다.

바이오 연료란 콩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같은 곡물이나 다른 식물, 해조류 등을 물리·화학·생물학적으로 가공해 만드는 연료로 이용하는 원료나 공정, 결과물에 따라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바이오 가스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오 연료가 등장한 것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연료가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화석 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탄소 중립' 이론의 영향이 크다.

이 같은 이론을 근거로 각국에서는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는 화석 연료에 일정 비율의 바이오 에탄올이나 바이오 디젤을 의무적으로 섞어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화제도(RFS; Renewable Fuel Standard)'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는 수송용 디젤의 경우 석유에서 뽑아낸 디젤 97.5%와 바이오 디젤 2.5%를 섞어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수송용 연료의 바이오 연료 혼합비율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2014년에 발표된 환경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바이오 디젤 혼합비율은 2017년 7.6%에서 2020년에는 10%까지 늘리고 가솔린에 대한 바이오 에탄올 혼합비율은 2017년 2.3%에서 2020년에는 3%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할 경우 2020년까지 수송 분야에서 198만 3천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환경부는 전망하고 있다(자료: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바이오 연료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우선 기본적인 비판은 바이오 연료는 콩이나 옥수수, 감자 같은 곡물을 주원료로 하는 만큼 곡물 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곡물을 이용해 연료를 만드는 것이 윤리적이냐 하는 것도 문제다. 바이오 연료 생산용 토지 확보를 위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간이나 산림파괴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할 경우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들어 현재의 바이오 연료 생산 방식에 '탄소 중립'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지금까지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의 기반이 된 100편 이상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논문에 문제가 있어 연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논문을 학회에 제출했다(DeCicco, 2015).

바이오 연료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바이오 연료 원료인 식물이 자라는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지금까지의 많은 논문들은 식물이 자라는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종합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 바이오 연료는 식량용으로 생산한 곡물을 이용해 만들고 있는데 식량용으로 생산한 곡물을 단순히 바이오 연료 원료로 이용한다고 해서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한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 원료로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식량으로 이용해도 이 작물이 자라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 것인데 식량 대신 바이오 연료 원료로 이용한다고 해서 마치 그동안 흡수하지 않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는 것처럼 계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3년에도 바이오 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회에 보고한 바 있다(DeCicco, 2013).

비용이나 기술, 부작용 등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으로 생각할 경우 '탄소 중립'은 그동안 식물이 전혀 없던 사막이나 물 같은 곳에서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을 재배해 식물이 자라는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경우만 성립될 수 있다. 기존에 곡물을 재배하던 토지나 초원, 또는 산림에서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을 재배할 경우 기존에 있던 식물 역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던 만큼 단순히 바이오 연료 원료로 바꿔 재배한다고 해서 온실가스를 추가로 더 흡수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기존의 초원이나 산림이 매년 수확하는 바이오 연료용 식물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주변의 다른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르지 바이오 연료 생산 과정만 분리해 독립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계산하는 현재의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의 근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이오 연료와 관련해서 최근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기존의 토지 용도를 바꿀 경우 간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영향(ILUC; Indirect Land Use Change)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요구하는 바이오 연료의 양이 늘어날 경우 기존의 재배 지역뿐 아니라 개간 등을 통해 산림을 파괴하고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바이오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를 산출할 때 단순히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의 온실가스 흡수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기존 산림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던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 생산용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기존에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던 산림을 파괴해 나타나는 역효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 논란의 시작은 2008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다(Searchinger et al, 2008).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아이오와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이 기존의 생각과 달리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옥수수를 이용해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할 경우 가솔린을 사용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93%나 늘어나고 셀룰로오스 에탄올을 생산할 경우도 가솔린을 사용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50%나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용 식물을 재배할 때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토지사용 변경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전체적으로는 바이오 연료가 화석 연료보다 오히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자료:Searchinger et al, 2008).
취파

논문이 발표된 후 당연히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진행해 온 연구팀의 반박이 이어진 건 물론이다. 앞으로도 토지 사용 변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엇갈린 주장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이런저런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유럽연합은 당초 오는 2020년까지 수송용 연료의 바이오 연료 혼합비율을 1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절반인 5%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고 유럽연합 의회는 목표 혼합비율을 6%로 낮추는 안을 가결한 바 있다. 당초 10%로 계획했던 수송용 연료의 바이오 연료 혼합비율이 6%로 낮아진 것이다. 장려하던 바이오 연료 정책의 후퇴다. 유럽연합은 앞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토지사용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을 과학적으로 더 검증한다는 방침이다(European Commission, 2014).

바이오 연료는 분명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하나의 대체 연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평가의 허점과 생산 과정에 대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인식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환경부, 2014: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 118pp.

* John M. DeCicco, 2015: The liquid carbon challenge: evolving views on transportation fuels and climate. 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Energy and Environment, DOI:10.1002.wene.133

* John M. DeCicco, 2013: Biofuel's carbon balance: doubts, certainties and implications, Climate Change, 121:801-814, DOI:10.1007/s10584-013-0927-9

* Timothy Searchinger, Ralph Heimlich, R. A. Houghton, Fengxia Dong, Amani Elobeid, Jacinto Fabiosa, Simla Tokgoz, Dermot Hayes, Tun-Hsiang Yu, 2008:  Use of U.S. Croplands for BiofuelsIncreases Greenhouse Gases Through Emissions from Land-Use Change. Science, DOI: 10.1126/science.1151861

* European Commission, 2014:JRC Science and Policy Report. EU renewable energy targets in 2020: Revised analysis of scenarios for transport fuels, 94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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