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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졸업 사진은 옛말 "내맘대로 재미있게 찍는다"

추억의 캠퍼스를 배경 삼아 학사모를 쓰고 부모와 함께 찍는 사진은 졸업식의 백미.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졸업식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전문 사진사들이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다면 최근에는 '셀카봉'이 등장하면서 엄숙한 분위기의 졸업사진도 사라지고 있다.

또 공식적인 졸업앨범 대신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스튜디오에 가서 'DIY'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24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동국대 본관 앞 팔정도에는 이 대학 명소인 코끼리 동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풍치가 좋은 명진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여느 졸업식장과 다른 점은 대다수가 '셀카봉'을 이용해 스스로 자기 사진을 찍어댔다.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포즈로 본인들이 만족해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연신 셔터 버튼을 누르고, 한 사람만 돋보이도록 주변의 나머지 인원들이 엽기스러운 표정을 짓는 '얼굴 몰아주기'식으로 촬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 자신의 얼굴이 작게 나오게 하려고 셀카봉의 각도를 조절하느라 분주했다.

전문 사진사가 주변에 서성거리며 사진촬영 여부를 물어보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졸업생 김지욱(24) 씨는 "셀카봉이 있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잘 찍는 친구도 있어 굳이 전문 사진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시립대 졸업식장도 셀카 풍경이 연출됐다.

제2공학관 앞 잔디밭이나 대강당 앞 광장에서 10명 중 8∼9명은 셀카봉을 이용해 졸업 사진을 찍었다.

'셀카족'들은 원하는 앵글로 편안하고 발랄한 분위기에서 무제한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때 까지 찍을 수 있어 셀카봉을 이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의 졸업식에 왔다는 장모(33) 씨는 "남에게 부탁하면 죄송해서 사진을 여러장 찍기 불편하다"며 "부담없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여러번 찍을 수 있어 셀카봉이 편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찍는 졸업앨범 사진도 사라진 지 수년이 지났다.

졸업앨범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취업난 탓에 졸업을 늦추는 경향으로 인해 같이 졸업하는 동기생들이 줄어들었기 때문.

전날인 23일 졸업식을 연 연세대 국제학부의 경우 이번에 졸업연도를 맞는 2011학번 120명 중 실제 졸업하는 이들은 23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스튜디오를 빌려 별도로 '사제 졸업앨범'을 찍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홍대 부근, 강남 일대에 대학 졸업생들의 앨범 촬영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스튜디오가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 9명이 모여 스튜디오 촬영을 한 안윤조(22.여) 씨는 "2시간 동안 60∼70장 찍고 그 중 3장을 선택해 인화했다"며 "학교에서 찍는 졸업사진은 대기 시간이 길고 촬영이 빨리 끝나는 반면 스튜디오 촬영은 원하는 때 공들여 찍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김예빈(22.여) 씨는 "이번에 졸업하는 친구도 있고 안 하는 이들도 있어 대학생활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학교 떠나기 전에 스튜디오를 빌려 사진을 찍었다"며 "의상 2∼3개를 준비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원하는 앵글로 촬영했다"며 사제 졸업앨범의 장점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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