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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들의 소원 "집에서 생 마감하고파"

<앵커>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마지막 소원이 뭔지 물어봤더니 "단 한 번만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 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슬프면서도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연속기획,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입니다.

<기자>

70대 노인이 목욕탕 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비누 거품을 묻히고 있습니다.

힘겨워 보이지만 말기 췌장암 환자가 간절히 원했던 목욕입니다.

[라정란/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의료 팀장 : 여기 와서 목욕을 하고 가는 게 너무 다행이다. 또 어떤  분들은 너무 늦게 와서 못 하시는 분들은 아 목욕을 한 번 하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서울대병원 조사결과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소망은 목욕과 산책 같은 일상생활이었습니다.

호스피스는 연명 치료보다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걸 말합니다.

우리나라보다 30년 일찍 호스피스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은 2000년대부터는 병원이 아닌 가정 호스피스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를 선택한 환자의 60%가 집에서 생을 마감하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줄리아/64세, 포르투갈 : 우리 집에서 죽고 싶어요. 가족들의 보살핌 안에서 죽고 싶어요. (병원에서) 혼자 죽고 싶진 않습니다.]  

국내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 의료진이 말기 유방암 환자의 집을 찾았습니다.

몸 상태가 어떤지 통증은 어느 정도인지 살핀 뒤 투약량을 조절합니다.

국내에도 가정 호스피스를 원하는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학 병원에서만 가정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정 호스피스 환자 보호자 : 가정방문 안 오실 때는 (제가 어머니를) 택시에 모시고 엄마를 부축해서 가까운 병원에 다니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이경식/교수, 서울성모병원 가정 호스피스 의료팀 : 가정 호스피스를 하려면 그런 의료시스템이 가정까지 연결이 돼야만 되는 거죠. 환자는 병원에 있는 것과 거의 같이.]  

국내 말기 암 환자의 87%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생을 마감하길 바랍니다.

100세 시대, 동네 병원이 호스피스 시스템을 갖춰야 우리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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